‘금호영재’ 출신 주요 수상자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특집] 기업, 문화를 만나다
한국의 젊은 음악가 5명이 지난 6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상위권에 입상했다. 남성 성악 부문 1위인 박종민(25)을 제외한 여성 성악 1위 서선영(27), 피아노 2위 손열음(25)과 3위 조성진(17), 바이올린 3위 이지혜(25) 등 4명은 모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후원한 ‘금호영재’ 출신이었다. 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1977년 문화재단을 설립해 ‘영재는 기르고 문화는 가꾸고’라는 슬로건 아래 1000여명의 영재 발굴에 매진한 덕분이다. 이병권 한국메세나협의회 사무처장은 “꾸준히 음악영재 발굴에 힘써온 기업메세나의 쾌거”라고 평가했다. 메세나는 기업이나 개인이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활동을 말한다.
손열음·신현수 등 ‘금호영재’ 출신
명품 악기 대여제도 등 효과 톡톡
국제 콩쿠르 입상 등 세계적 명성 ■ 금호, ‘악기은행 제도’ 운영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꿈꾸는 영재들은 ‘악기은행 제도’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1993년부터 세계적인 명품 고악기 22점을 구입해 연주자들에게 무료로 빌려주는 제도를 운영해왔다. 일부 악기는 값이 10억원을 웃도는 명품이다. 서류 및 연주 오디션을 통해 기량을 보고, 나이와 체격 등을 고려해 악기와 잘 맞는 연주자를 선정한다. 그리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3년 이상 장기로 악기를 임대해준다. 명품 고악기를 물려받은 영재들은 이때부터 일취월장하며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대표적인 경우가 18세기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바이올린 ‘주세페 과다니니’를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들이다. 97년 열두 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과다니니와 만나 2000년 금호영재콘서트 독주회에 섰던 이유라(26)는 같은 해 뉴욕 카네기홀에 데뷔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2003년 과다니니를 물려받은 권혁주(26)는 이듬해인 2004년 카를 닐센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전문 연주자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다음으로는 최예은(23)이 2006년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에서 2위에 올랐고, 현재는 2008년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신현수(24)가 과다니니 연주자다. 또다른 금호 악기인 첼로 ‘조반니 파올로 마지니’는 서울시향 첼로 부수석으로 활동하는 이정란(28)과 2006~2009년을 함께했다. 이어 차세대 유망주인 이상은(18)이 지난 10월 물려받았는데, 그는 “선배들의 숨결이 느껴져 첼로를 연주할 때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도 고 박성용 명예회장이 선물한 오스트리아의 명품 피아노 ‘뵈젠도르퍼’로 연주한다. 독일 하노버로 유학을 떠날 때도 그는 피아노를 그곳으로 운반해 갔다. ■ KT&G, 밴드 인큐베이팅 힘쏟아 악기은행 제도를 운영하는 또다른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은 97년부터 백주영(35·바이올린), 김지연(41·바이올린), 세종솔로이스츠(오케스트라) 등에 악기를 지원해왔고, 2006년부터는 세계적인 악기 대여 전문기관인 미국 스트라디바리협회와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엘지(LG)그룹은 2009년부터 연 5억원을 투입해 음악영재 15명에게 실내악 전문교육을 2년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유스오케스트라 아카데미’를 열어 젊은 음악가가 미국 줄리아드음대의 교육을 받도록 지원한다.
기업의 음악영재 발굴은 클래식 분야를 넘나든다. 케이티앤지(KT&G) 상상마당의 밴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록, 재즈, 힙합 분야의 신인 뮤지션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국내 유일의 후원 프로그램이다. 인큐베이팅 밴드로 선정되면 상금 300만원 외에 1년 동안 전용으로 쓸 수 있는 합주실, 전문 프로듀서의 지도와 음반 제작, 콘서트, 기획공연 참가 등의 혜택이 지원된다. 정규 음반을 발매하지 않은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이병권 사무처장은 “기초예술을 지원하면 국민의 문화생활이 향상되고, 미래성장을 선도할 문화산업이 뿌리를 내린다”며 “기업이 단순한 자선활동에서 벗어나 예술과의 상생관계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메세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과 예술의 ‘행복한 만남’은 다른 나라에서도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영국에서는 기업은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전략으로, 예술단체는 예산 부족을 해결할 방안으로 서로의 손을 잡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스위스 투자은행인 유비에스(UBS)가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장기적인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례다. 한해 3만5000명이 넘는 젊은 음악가들이 오케스트라 교육을 받은 세인트 루크는 유비에스의 투자로 탄생했고, 수준 높은 음악교사와 연주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유비에스의 후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도이체방크는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주요 스폰서이자 파트너로서,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과 무료 공연을 지원한다. 최근 화제가 된 ‘디지털 콘서트 홀’은 집에서 스포츠 중계를 보듯이 클래식 공연을 감상하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도이체방크의 투자로 2008년에 문을 열어 1년에 149유로만 내면 베를린필의 정기 공연은 물론 예전 자료까지 세계 어디서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문화예술을 누리길 바라던 베를린필하모닉의 꿈을 도이체방크가 현실로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메세나협의회는 “도이체방크의 사례처럼 우리 기업의 메세나 활동도 예술산업에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하게 하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명품 악기 대여제도 등 효과 톡톡
국제 콩쿠르 입상 등 세계적 명성 ■ 금호, ‘악기은행 제도’ 운영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꿈꾸는 영재들은 ‘악기은행 제도’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1993년부터 세계적인 명품 고악기 22점을 구입해 연주자들에게 무료로 빌려주는 제도를 운영해왔다. 일부 악기는 값이 10억원을 웃도는 명품이다. 서류 및 연주 오디션을 통해 기량을 보고, 나이와 체격 등을 고려해 악기와 잘 맞는 연주자를 선정한다. 그리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3년 이상 장기로 악기를 임대해준다. 명품 고악기를 물려받은 영재들은 이때부터 일취월장하며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대표적인 경우가 18세기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바이올린 ‘주세페 과다니니’를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들이다. 97년 열두 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과다니니와 만나 2000년 금호영재콘서트 독주회에 섰던 이유라(26)는 같은 해 뉴욕 카네기홀에 데뷔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2003년 과다니니를 물려받은 권혁주(26)는 이듬해인 2004년 카를 닐센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전문 연주자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다음으로는 최예은(23)이 2006년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에서 2위에 올랐고, 현재는 2008년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신현수(24)가 과다니니 연주자다. 또다른 금호 악기인 첼로 ‘조반니 파올로 마지니’는 서울시향 첼로 부수석으로 활동하는 이정란(28)과 2006~2009년을 함께했다. 이어 차세대 유망주인 이상은(18)이 지난 10월 물려받았는데, 그는 “선배들의 숨결이 느껴져 첼로를 연주할 때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도 고 박성용 명예회장이 선물한 오스트리아의 명품 피아노 ‘뵈젠도르퍼’로 연주한다. 독일 하노버로 유학을 떠날 때도 그는 피아노를 그곳으로 운반해 갔다. ■ KT&G, 밴드 인큐베이팅 힘쏟아 악기은행 제도를 운영하는 또다른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은 97년부터 백주영(35·바이올린), 김지연(41·바이올린), 세종솔로이스츠(오케스트라) 등에 악기를 지원해왔고, 2006년부터는 세계적인 악기 대여 전문기관인 미국 스트라디바리협회와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엘지(LG)그룹은 2009년부터 연 5억원을 투입해 음악영재 15명에게 실내악 전문교육을 2년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유스오케스트라 아카데미’를 열어 젊은 음악가가 미국 줄리아드음대의 교육을 받도록 지원한다.
기업의 음악영재 발굴은 클래식 분야를 넘나든다. 케이티앤지(KT&G) 상상마당의 밴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록, 재즈, 힙합 분야의 신인 뮤지션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국내 유일의 후원 프로그램이다. 인큐베이팅 밴드로 선정되면 상금 300만원 외에 1년 동안 전용으로 쓸 수 있는 합주실, 전문 프로듀서의 지도와 음반 제작, 콘서트, 기획공연 참가 등의 혜택이 지원된다. 정규 음반을 발매하지 않은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이병권 사무처장은 “기초예술을 지원하면 국민의 문화생활이 향상되고, 미래성장을 선도할 문화산업이 뿌리를 내린다”며 “기업이 단순한 자선활동에서 벗어나 예술과의 상생관계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메세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과 예술의 ‘행복한 만남’은 다른 나라에서도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영국에서는 기업은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전략으로, 예술단체는 예산 부족을 해결할 방안으로 서로의 손을 잡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스위스 투자은행인 유비에스(UBS)가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장기적인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례다. 한해 3만5000명이 넘는 젊은 음악가들이 오케스트라 교육을 받은 세인트 루크는 유비에스의 투자로 탄생했고, 수준 높은 음악교사와 연주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유비에스의 후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도이체방크는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주요 스폰서이자 파트너로서,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과 무료 공연을 지원한다. 최근 화제가 된 ‘디지털 콘서트 홀’은 집에서 스포츠 중계를 보듯이 클래식 공연을 감상하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도이체방크의 투자로 2008년에 문을 열어 1년에 149유로만 내면 베를린필의 정기 공연은 물론 예전 자료까지 세계 어디서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문화예술을 누리길 바라던 베를린필하모닉의 꿈을 도이체방크가 현실로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메세나협의회는 “도이체방크의 사례처럼 우리 기업의 메세나 활동도 예술산업에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하게 하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