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이사등재 8.5% 뿐…“법적 책임 회피” 비판
국내 대기업 총수 일가는 ‘등기이사’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사외이사들은 ‘거수기’ 노릇을 하는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43개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들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들에 이사로 등재돼있는 총수 일가는 모두 418명으로, 전체 이사(4913명)의 8.5%에 그쳤다. 비중은 지난해(9%)보다도 0.5%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삼성·현대중공업·두산·엘에스(LS)·신세계·대림그룹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총수가 단 한 곳에서도 등기이사를 맡지 않았다.
삼성의 등기이사 327명 가운데 총수 일가는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1명(0.31%)뿐이었다. 총수 일가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면서도, 민사소송 등에서 책임을 져야하는 등기이사는 맡으려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는 주로 주력회사나 가족기업 형태에 가까운 비상장회사에 이사로 등재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외이사들이 총수 등 지배주주의 독단적인 경영을 감시하는 역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 가운데 79개 대기업집단의 지난해 이사회 운영현황을 살펴봤더니,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2020건) 중에서 사외이사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단 1건(0.05%)에 불과했다. 보류되거나 수정 의결된 안건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99.65%)은 원안대로 가결처리됐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의 사외이사 이사회 참석률(87.2%)은 총수가 없는 곳(95.2%)보다도 낮았다. 다만 43개 대기업집단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47.5%로, 지난해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높은 사외이사 비중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지배주주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