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특허 23% 보유 자신감으로 ‘올인’ 전략
유상증자 1조원중 4600억 LTE폰에 집중투자
시장확대 전망불구 삼성·애플 양강 깰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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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LG)전자가 4세대 이동통신용 스마트폰인 ‘엘티이(LTE)폰’사업에 ‘올인’하고 나섰다. 스마트폰 바람을 타지 못해 추락한 휴대전화 제조업체 위상을 엘티이폰으로 단숨에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엘티이폰 시장 1위’란 목표까지 세웠다.
지난 3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엘지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되는 자금 1조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6000여억원을 스마트폰 사업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이 가운데 4600억원은 엘티이폰 개발에 집중 투자된다. 연구·개발(R&D) 인력도 크게 늘려 엘티이폰 신규 모델 개발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엘지전자는 휴대전화 연구·개발 인력을 지난해 5000여명에서 올해 6000여명으로 20% 늘린 데 이어, 앞으로도 엘티이 스마트폰 개발팀을 중심으로 계속 보강할 방침이다. 휴대전화 사업 조직도 연구소와 공장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처럼 엘지전자가 엘티이 사업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은 무엇보다 스마트폰 바람을 타지 못해 회사의 위상이 급추락한 뼈아픈 경험 때문이다. 엘지전자는 스마트폰 분야에 대한 대응이 늦어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1852억원, 2457억원의 적자를 보다, 올해 1분기 들어 가까스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구본준 부회장이 ‘긴급 소방수’로 경영 최일선에 나선 계기도 거듭되는 실적 부진이었다.
엘티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등과도 겨뤄볼 만 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도 올인 전략의 배경이다. 엘지전자는 2007년 경쟁업체들보다 먼저 엘티이 방식 4세대 이동통신에 눈을 돌려 앞선 기술력을 확보했다. 미국계 투자은행 제프리스&코가 지난 9월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가치가 높은 엘티이 표준 기술 특허 1400여가지 중 23%를 엘지전자가 보유하고 있다. 미국 퀄컴과 삼성전자보다도 많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엘지전자의 특허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는 그 누구도 엘티이폰을 만들 수 없다”며 “금전적인 가치로 따지면 약 9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중 구본부 회장한테 보고하는 절차를 거쳐 확정할 내년도 사업게획의 뼈대도 엘티이폰을 내세워 스마트폰 사업의 자신감을 회복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기술력에서 앞선 엘티이폰을 내세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내년 휴대전화 사업계획은 엘티이폰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짜일 것”이라고 말했다. 엘지전자는 프라다 상표를 단 엘티이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7을 탑재한 엘티이폰 등도 준비중이다.
이제 관심은 성공 여부다. 엘티이폰 시장이 이제 막 열리는데다가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점은 엘지전자로선 반가운 일이다. 세계 이동통신 업체들이 앞다퉈 엘티이 서비스에 나서면서 엘티이폰 시장은 올해 800만대에서 내년에는 32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성공을 예단하기엔 장애물도 많다. 일각에선 세계 스마트폰 시장 구도가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체제로 자리잡힌 상태일 뿐 아니라, 엘지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기반이 워낙 뒤쳐져 있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본준 엘지전자 부회장은 올 1분기 실적 발표 뒤 “아무리 독하게 해도 스마트폰 사업을 단숨에 키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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