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병희(39) 신선연구팀장
세상을 바꾸는 직업 (21) 유산균 전문가
유산균 발효액으로 항균제 개발
김치 등 맛있는 상태 유지 연구
유산균 발효액으로 항균제 개발
김치 등 맛있는 상태 유지 연구
한식을 세계로 수출하려면 음식 맛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표준화가 필수적이다. 아무리 한국 음식은 ‘손맛’이라고 해도 제품의 질이 들쭉날쭉하면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어서다. 일본 음식이 우리나라보다 많이 수출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그래서 식품업계에서 주목을 받는 직종이 ‘유산균 전문가’다. 유산균은 발효식품이 주를 이루는 한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데다, 그 종류가 다양하고 상황에 따라 효과도 제각각이라 깊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수출은 장시간 컨테이너 박스에 담겨 운송되고, 이후 점포마다 배송해 판매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한식을 가장 맛있는 상태로 유지되도록 하기 위한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전세계 40여개국에 ‘종가집 김치’를 수출하는 대상에프앤에프(FNF)가 한국식신선연구소를 두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 연구소에서는 발효로 발생하는 가스를 제어하기 위한 ‘가스흡수제’를 개발하고 ‘김치의 진공포장 방법’ 등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 또 김치가 가장 맛있게 익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드’ 유산균을 개발해 김치의 아삭하고 시원한 맛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류병희(39·사진) 신선연구팀장이 개발해 특허출원한 ‘식물성 유산균 발효액이엔티(ENT)’는 식품업계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발효액은 김치에서 항균력이 우수한 식물성 유산균을 분리한 것으로, 천연항균제 구실을 한다. 이 팀장은 “국산 원료로 만든 천연 100% 항균제라서 화학방부제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 발효액을 각종 식품에 첨가할 경우, 위해 미생물의 증식이 억제되고 유통기한도 두 배가량 늘릴 수 있다. 그만큼 가장 맛있는 상태로 김치, 장아찌, 장류 등을 세계인의 식탁에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부터 김치와 햄·소시지 등 육가공 식품, 건강기능식품에 이 발효액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화장품이나 손소독제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화학방부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류 팀장은 “퇴근 무렵이면 온몸에 김치 냄새가 배지만, 학문적 성과가 상품으로 연결돼 세계로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이 직업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한식 연구자가 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우리 음식을 이해해야 하죠. 음식의 특성과 맛을 살리는 원리를 분석하고, 맛을 살리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그 기술을 마침내 구현해내야 합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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