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노동자 143명 6개월치 급여
한진중공업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대규모 정리 해고를 단행한 올해 2월 <매일경제>의 종합편성 채널인 <매일방송>(MBN)에 3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를 보면, 한진중공업은 지난 2월24일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매경 종편에 30억원을 출자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으로 돼 있다. 30억원은 한진중공업 납입자본금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1인당 평균 2100만원인 6개월치 급여로 따질 때, 143명의 몫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517억원의 순손실을 낸 적자 기업으로, 3년째 신규 수주를 거의 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선택했다고 설명해온 것에 배치되는 투자 행위다. 이런 비판을 우려한 듯 한진중공업은 <매일방송>의 지분 0.72%만 취득해 주요 주주(지분 1%) 명단에 오르는 것을 피해가는 꼼수를 부렸다.
투자시점도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종편에 출자하기 열흘 전인 2월14일 직장폐쇄 신고를 한 데 이어 이튿날 노동자 172명을 정리해고하는 강수를 뒀다. 지난해 12월 생산직 400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통보한 뒤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하자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이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던 것이다. 지난 1년간 한진중공업 노사 관계는 극단으로 치닫고,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고공 크레인 농성으로 이어지면서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낳았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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