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카드사에 공문 보내
“차 살때 이용 제한” 압박
국민카드 이미 결제 못해
“차 살때 이용 제한” 압박
국민카드 이미 결제 못해
현대자동차가 대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카드사들은 ‘무리한 요구’라고 반발하고 있다.
29일 현대자동차와 카드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차는 최근 케이비(KB)국민카드를 비롯해 삼성카드 등 7개 카드사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전 차종에 대한 카드 수수료율을 낮추라는 공문을 보냈다. 현행 1.75%인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1.7%로 낮추고, 체크카드도 1.5%에서 1.0%로 내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가맹점 계약 해지를 통해 고객이 자동차를 살 때 해당 카드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국민카드로는 이미 지난 4일부터 현대차를 살 때 결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수수료율 인하 요구를 거부하면서 가맹점 계약연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가맹점 계약 기간이 남은 다른 카드사들에 대해서도 오는 12월1일부터 일괄적으로 수수료율을 낮추라고 요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다른 사업 부문보다 높은 편이고, 체크카드의 경우에는 카드사 입장에서 운영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데도 1.5%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어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현대차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태도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차가 요구하는 체크카드 수수료율 1.0%는 영세·중소·재래시장 가맹점에서 받고 있는 수준”이라며 “대기업이 이들 가맹점과 똑같이 받겠다는 것은 횡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의 8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의 요구를 카드사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고객에게 돌아가는 서비스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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