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근거리무선통신(NFC) 서비스 시연회 행사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직접 근거리무선통신 기능을 활용한 결제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방통위 제공
근거리무선통신 직접 이용해 보니
까다로운 인증에 일반카드 또 받아…가맹점 찾기도 어려워
‘시범지역’ 매장도 사용법 모르고 모바일 결제만 체험 가능
까다로운 인증에 일반카드 또 받아…가맹점 찾기도 어려워
‘시범지역’ 매장도 사용법 모르고 모바일 결제만 체험 가능
‘지갑 없이 스마트폰으로 모든 결제를 끝낸다.’ 지난달 10일 방송통신위원회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시스템을 활성화하려고 명동에 ‘엔에프시존’을 설치했다. 명동 일대 200여곳의 매장에 결제기를 설치해, 관련 서비스를 직접 활용해보게 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야심찬 출발에 비해 이용률은 저조하다. 우선 모바일 카드 발급 개수가 하나에스케이(SK)카드 15만, 신한카드 5만 정도에 불과하다. 왜 그런지 케이티(KT)의 아이폰4로 직접 이용해봤다.
■ 복잡한 발급 과정 걸림돌 모바일 카드라 이용이 편리하리란 기대는 카드 발급 단계에서 깨졌다. 일반 신용카드 발급보다 복잡하고, 스마트폰에 다시 앱을 설치해야 하는 등 후속 과정도 까다롭다. 먼저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기종이 제한적이다. 에스케이텔레콤(SKT)에선 갤럭시에스(S)2·넥서스에스(S), 케이티에선 갤럭시에스2·베가레이서, 엘지유플러스(LGU+)에선 갤럭시에스2 엘티이(LTE), 엘지 옵티머스 엘티이 등만 가능하다. 아이폰4는 근거리무선통신을 지원하지 않아 ‘엔에프시 케이스(iCarte)’를 장착해야 한다. 후속모델인 아이폰4에스(S)는 규격이 달라 불가능하다.
스마트 기종별로 지원하는 신용카드도 2~3개에 불과하다. 카드사들이 대부분 모바일 카드를 발급하고 있으나, 아이폰4(통신사 케이티)는 2개 카드만 지원한다. 또 플라스틱 카드를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주일가량 걸려 플라스틱 카드를 발송받아도 케이티 멤버십 카드인 ‘올레클럽’ 카드에 인터넷 회원 등록을 하는 절차를 또 한번 거쳐야 한다. 평소 들어가보지 않던 통신사 누리집에 들어가 아이디 확인 및 복잡한 인증 과정을 거쳐 또다시 ‘실물’ 카드를 우편으로 받는 데 3~4일이 걸렸다.
두 장의 카드를 받고 등록을 하자, 드디어 카드사에서 모바일 카드 발급 문자가 왔다. 앱스토어나 마켓 등에는 카드사의 근거리통신결제 앱이 등록돼 있지만, 무턱대고 앱부터 설치하면 낭패다. 카드사에서 받은 문자에 담긴 링크를 눌러서 앱을 다운받아야만 한다. 앱만 먼저 다운받으면 안 된다. 하지만 카드회사는 발급 신청 때 이런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앱 설명서에 작은 글씨로 공지돼 있어 지나치기 쉽다. 카드회사 상담원조차 이런 모바일 카드 발급 과정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 일일이 통신사 누리집 등을 찾아봐야 했다.
이런 복잡한 절차가 모바일 카드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비씨카드 등이 앞으로 스마트폰에서 바로 발급 가능한 모바일 카드를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사용자들의 불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 실제 사용은 편리하지만… 시범지역인 명동에 200여곳의 매장이 모바일 카드 결제기를 설치했지만, 일반 사용자들은 어디서 쓸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 엔에프시존은 별도의 매장 안내 누리집이 없다. ‘명동앱’이라는 안내 앱을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내려받아야 한다. 앱스토어에는 이 앱이 올려져 있지 않아, 아이폰 사용자들은 엔에프시 케이스를 구입했더라도 실제로는 무용지물이다. 방통위는 “매장 변동사항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어 마켓 앱을 통해 업데이트하는 형태로 공지하고 있다”며 “아이폰은 근거리무선통신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앱스토어에 올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각 카드사 누리집에서 모바일카드에 가맹된 체인점의 이름을 기억해 찾는 수밖에 없었다. 명동 거리를 실제 걸으며 ‘모바일 결제 가능’ 스티커가 붙은 가게들을 일일이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다른 신용카드 로고 부착물 등과 섞여 구별도 어려웠다. 지도를 한장 만들어 누리집에 띄우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텐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사용은 매우 편리했다. 모바일 결제 가능 마크를 붙인 편의점 한 곳에 들러 먹을 것을 샀다. 앱을 결제모드로 켜고 결제기에 갖다 대자 10초도 되지 않아 결제 승인이 떴다. 비밀번호를 반드시 찍어야 하는 점이 일반 카드 결제와 다를 수 있지만, 스마트폰 분실 등으로 보안 문제가 예민한 점을 생각하면 필요한 절차로 보인다.
홍보 부족도 아쉽다. 먼지 쌓인 엔에프시 결제기가 계산대 한켠에 놓여 있었지만, 점원은 ‘엔에프시 결제가 가능하냐’는 말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결국 다른 점원이 와서 도와줬다. “와, 이런 게 되네요…?” “이거 쓰는 사람이 잘 없어서.” 점원들끼리 이런 대화를 나눴다. 방통위 시연행사에서 선보인 테이블에서 스마트폰으로 직접 주문과 결제까지 가능한 ‘스마트 메뉴판’을 선보였던 한 커피 전문점에서는, 매장 점원에게 묻자 “당일 하루만 시험 사용했을 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엔에프시에는, 게이트에서 출입 통제, 공연장 안에서 자동으로 진동모드 변환 기능, 스마트 메뉴판을 통한 주문 등 다양한 기능이 있지만, 현재 체험할 수 있는 것은 모바일 결제뿐이라는 점도 안타까웠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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