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의계약 협상 추진중”
정유사 압박 카드 적어 고민
정유사 압박 카드 적어 고민
정부가 기름값 인하 대책의 하나로 추진중인 ‘알뜰주유소’ 2차 입찰이 또 유찰됐다. 정부와 정유업체의 ‘동상이몽’ 속에 알뜰주유소 추진 과정이 삐거덕대고 있다.
8일 오후 농협중앙회와 석유공사의 주관으로 진행된 입찰에는 지난달 15일 1차 입찰 때와 마찬가지로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에스케이에너지·지에스칼텍스·에쓰오일 3개 업체가 참여했지만, 다들 정부가 제시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 유찰됐다. 입찰 관계자는 “이번에도 서로의 차이가 컸다”고 전했다. 2차 입찰도 1차 때와 마찬가지로 ‘ℓ당 70~100원 싼 가격’이라는 정부 쪽 조건은 같았다. 현대오일뱅크는 1차 입찰 때에 이어 이번에도 공급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들어 불참했다.
지경부는 바로 “농협·석유공사가 4개 정유업체와 수의계약을 위한 협상을 추진중”이라며 “협상 결과를 반영해 계약조건을 변경한 재입찰 공고를 내 연내에 알뜰주유소를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부와 ‘아쉬울 게 없는’ 정유업체의 입장 사이에서 알뜰주유소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어떻게든 올해 안으로 알뜰주유소 1호점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유사가 조금 싼 가격에 공급하게 되겠지만 많은 양의 판매를 통한 박리다매를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알뜰주유소를 통해 과점적 기름 공급 구조를 깨 소비자가격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명분은 좋지만, 뒷짐 지고 있는 정유사를 압박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이날 유찰에 대한 정유업체의 반응은 차가웠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정부가 요구하는 가격에는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정유업체 관계자는 “현재 내수시장은 포화상태인데, 정유업체가 굳이 수익을 내고 있는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려 싼 가격에 공급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정부가 다른 조건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거리를 좁히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준 류이근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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