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적고 재가입 쉬운 상품부터
보장성보다 저축성 보험 먼저
보장성보다 저축성 보험 먼저
직장인 김종환(35)씨는 최근 보험을 깼다. 내년 1월 말 전세 계약 종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보증금을 6000만원이나 올려달라고 요구해서다. 저축한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보험 해약 환급금까지 더해 보증금을 마련했다. 김씨는 “보험을 해약하면 손해가 크다는 것을 알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고물가, 전셋값 상승으로 생활비 부담과 가계부채가 늘면서 보험이나 적금을 깨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것인데, 무턱대고 해약을 했다가는 금전적인 손해는 물론이고, 위험 대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불가피하게 해약을 할 경우엔 보험보다는 적금을, 장기주택마련저축 등 비과세 상품보다는 일반 적금 등 과세 상품을 해약한다는 원칙을 알아둘 것을 조언한다. 만기 이전에 해약할 때, 적금은 약속된 이자를 못 받는 선에서 손실을 막을 수 있지만, 보험은 중도 해지 때 원금에 훨씬 못 미치는 환급금에 만족해야 한다. 보험을 중도 해약하면 재가입이 어렵고, 보험료가 비싸진다는 점도 있다.
소득공제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기주택마련저축의 경우 가입 뒤 5년 안에 해지하면 소득공제 혜택을 모두 반납해야 한다. 7년 이내에 해약할 때는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박승호 국민은행 방배피비(PB)센터 팀장은 “적금 금리가 더 높다고 하더라도 소득공제 혜택을 상쇄할만큼 크지 않다면 장기주택마련저축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보험을 해약할 때도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순서가 있다. 사고나 사망에 대비한 보장성 보험보다는 변액보험류의 저축성 상품부터 해약하는 게 바람직하다. 생활형편이 빠듯할수록 갑작스런 사고에 대처할 경제적 여유가 없고, 저축성 보험이 보장성 보험보다 재가입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자율과 세제지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자율이 낮은 상품부터 해약하고, 이자율이 비슷하다면 가입 시기가 오래된 상품부터 깨는 것이 유리함은 물론이다. 보험 상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7년 정도 유지하면 원금을 회복할 수 있고, 만기에 가까우면 약간의 이자만 손해를 본다.
보험을 해약하기보다는 보장 범위를 줄이는 식으로 보험료를 낮추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보험은 주계약과 특약으로 분류되는데, 특약 일부를 해지하면 보험료는 줄어든다. 보험 계약 뒤 1년이 지났다면 ‘중도 인출 기능’을 이용해 보험료를 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일시적으로 보험료 납입을 중지하거나 보험을 실효시켰다가 2년 안에 부활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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