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7739억원에…“법규탓 잠시 위탁” 분석도
삼성가 지배구조 유지…3세 불법증여 논란 재점화
삼성가 지배구조 유지…3세 불법증여 논란 재점화
삼성카드가 법에서 정한 한도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케이씨씨(KCC)에 매각하기로 했다.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지분 25.64% 가운데 17%를 주당 182만원에 케이씨씨에 팔기로 결정했다고 12일 공시했다. 매각 대금은 모두 7739억원이다. 이는 금융회사의 비금융회사 지분 소유 한도를 5% 미만으로 정한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금산법)에 따른 조처다. 이번에 매각되지 않은 잔여지분 3.64%는 추가 투자자를 찾아 내년 4월 이전에 판다는 방침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국부펀드, 사모펀드 등 다수의 투자자가 에버랜드 지분 인수를 희망했지만, 케이씨씨가 최적의 조건을 제시했다”며 “삼성카드의 법인카드, 개인카드, 할부리스 등 카드 영업에도 케이씨씨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쪽의 지분 매각으로 ‘삼성카드→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순환형 지배구조의 고리가 일부 약해진다. 하지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의 그룹 소유·지배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25.1%)을 비롯한 이 회장 일가의 에버랜드 지분이 모두 45.6%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번 지분 매각은 이재용 사장을 비롯한 삼성가 3세들에 얽힌 불법·변칙 증여 논란을 다시 불러오고 있다. 이재용 사장을 비롯한 이건희 희장의 세 자녀가 1996년 10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99억원을 인수할 때, 전환 가격은 주당 7700원으로 터무니없이 낮은 헐값이었다는 점에서다.
금융권 안팎에선 지분 인수자가 ‘범현대가’인 케이씨씨라는 점에도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케이씨씨의 창업자는 고 정주영 회장의 막냇동생 정상영 명예회장이며, 대주주는 정상영 회장의 아들인 정몽진(17.76%) 회장이다. 케이씨씨 쪽은 이날 공식 자료를 통해 “회사의 미래성장성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지만,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법규 때문에 팔 수밖에 없는 주식을 잠시 ‘파킹’(일시 위탁)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매매 가격이 장부가(주당 214만원)보다 15%가량 낮다는 사실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경욱 이승준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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