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중대형 ‘찬밥’

조합들 설계 변경 잇따라
중대형 줄이고 소형 늘려
“환금성 고려 중소형 선호”

최근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새로 짓는 중대형 가구수를 줄이고 소형 가구수를 늘리는 ‘주택형 줄이기’(다운사이징)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28일 부동산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7구역은 최근 설계변경을 통해 최대 주택형인 140㎡ 82가구를 없애고 118㎡도 2가구를 줄였다. 대신 소형인 59㎡와 84㎡는 각각 72가구와 111가구씩 늘리기로 했다.

인근 신길뉴타운 11구역도 사정이 비슷하다. 조합은 정기총회에서 전용면적 59㎡를 130가구, 84㎡를 32가구 늘리는 대신 114㎡는 97가구 줄이자는 설계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조합원 422명 가운데 121명은 현금청산을 신청하는 등 빠져나갔고 301명만이 분양을 신청해 일반에 분양해야 할 가구수가 더 늘어났는데 중대형 부담까지 짊어지고 가기는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강동구 고덕지구 고덕시영아파트도 최근 642가구에 불과했던 79㎡를 1054가구로 대폭 늘리고 96㎡ 96가구를 새로 짓는 설계변경안을 확정했다. 대신 102㎡ 이상 중대형은 596가구를 줄였다.

재개발, 재건축 조합들이 이런 ‘중대형 군살 빼기’에 나선 데는 최근 서울시내 뉴타운 아파트 일반 분양에서 중대형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에스(GS)건설 컨소시엄이 짓는 도심권 대단지로 주목받았던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텐즈힐’은 지난주 청약을 마감한 결과 85㎡ 초과 중대형 91가구에 3순위까지 청약자가 17명에 불과했다. 85㎡ 이하 405가구에 737명이 청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삼성물산과 두산건설이 시공하는 전농답십리뉴타운 ‘답십리 래미안위브’도 지난주 청약에서 85㎡ 이하 청약 경쟁률은 1.4대 1을 기록했지만 그 이상은 0.2대 1에 그쳤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중대형 수요층인 4인 가족이라도 환금성 등을 고려해 전용 85㎡ 이하 중소형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