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금융지주 회장 신년사
유럽발 재정위기, 금융권 탐욕 비판으로 어려운 한해를 보낸 금융회사들이 새해들어 내세운 열쇳말은 위험(리스크) 관리와 사회적 책임이다.
어윤대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대내외의 어려움 속에서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갖추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은 올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글로벌시장 진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여기자고 의욕을 드러냈다. 강 회장은 “세계적 경제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민영화 추진과 함께 글로벌 성장기반 확대, 금융혁신의 선도에 힘을 쏟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는 박물관에 보내야할 역사적 유물”로 평가했다. 지금의 경제·금융상황이 경기순환의 한 단계를 거쳐가는 일시적 부침이라기 보다는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요구되는 엄혹한 현실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금융권의 위기 의식은 한편으로 사회적 책임 강조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 월가에서 시작된 반금융 시위가 국내로까지 번진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팔성 우리은행지주 회장은 “실질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도 금융의 기본적인 역할”이라며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등고자비의 정신으로 고객의 이익과 행복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자세”를 강조했다.
박현주 회장은 “(주주만을 위한)배당보다는 (고객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을 염두에 두고) 미래를 위한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새로운 자본주의의 시대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희생시키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은 존립의 기반을 잃게 될 것”이라며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곧 나를 이롭게 한다는 불교의 ‘이타자리’ 정신으로 따뜻한 금융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재명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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