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현대중 등 지분 팔고
삼성 에버랜드 주식 사들여
8000여억원 ‘실탄’ 보유
“신사업 재원 마련” 분석에
현대상선 인수 참여 관측도
KCC는 “자금 회수일 뿐”
삼성 에버랜드 주식 사들여
8000여억원 ‘실탄’ 보유
“신사업 재원 마련” 분석에
현대상선 인수 참여 관측도
KCC는 “자금 회수일 뿐”
케이씨씨(KCC)의 최근 행보가 화제다. 이전에 투자한 지분을 현금화해 막대한 ‘실탄’을 쌓는 것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분 매각 대금으로 ‘백기사’를 필요로 하는 대기업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정몽진(사진) 케이씨씨 회장의 속내와 다음 행보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케이씨씨는 범현대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지난해 12월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 42만5000주(17%)를 7739억원에 매입했다. 지난 12일에는 한라건설 유상 증자에 참여해, 409만주를 500억원에 인수했다. 상대의 고민거리를 해결해주는 성격이 짙었다. 실제로 에버랜드 지분의 경우, 삼성카드는 ‘금산법’에 따라 에버랜드 지분을 서둘러 5% 미만으로 낮춰야 했는데, 케이씨씨를 통해 깔끔하게 해결했다. 삼성 관계자는 “케이씨씨가 에버랜드 지분을 맡아준 만큼, 삼성 내부용 및 삼성물산 건축사업용 건축자재 납품업체를 고를 때 케이씨씨를 배려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케이씨씨 쪽에서 보면, 삼성의 고민 해결사를 자청해 에버랜드 지분을 싼값에 매입해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삼성 계열사를 통해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함께 얻은 셈이다.
케이씨씨는 같은 구도로 현대산업개발·벽산건설·엘아이지(LIG) 등의 지분도 매입해 갖고 있다. 케이씨씨 관계자는 “단순한 지분 투자 차원을 넘어 건축자재 매출 확대 기회 등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씨씨가 기존 신사업 강화 및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신규 사업 진출 등 일상적인 경영활동과 별도로 뭔가 ‘큰 건’을 터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실탄’을 쌓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케이씨씨가 현대상선 인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케이씨씨가 최근 범현대가 계열사 지분을 팔아 현금화한 자금 가운데 8000여억원이 아직 현금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8000억원대의 주식과 자본잉여금(4462억원), 이익잉여금(3조6410억)을 모두 합치면 케이씨씨의 현금 동원 능력은 6조5000억원에 이른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금이다. 안상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 주식 처분에 대해 “신규 사업으로 추진한 폴리실리콘 사업이 지지부진해, 새로운 신규 사업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케이씨씨는 2010년 폴리실리콘 생산에 뛰어들었으나 가격급락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케이씨씨는 “지분 매각은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정몽진 회장의 ‘남다른 경영’ 행보로 보는 시각도 많다. 미국에서 공부한 정 회장이 사업 수단으로 지분 투자 방법을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케이씨씨는 지난 13일 현대중공업 주식 486만주 가운데 249만주를 6972억원에 처분했다. 2003년 주당 2만4000원대에 사서 28만원에 팔아 11배 이상의 차익을 냈다. 지난해에는 만도 주식 485만주와 현대자동차 주식 111만주를 팔아 8766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모두 2003년 범현대가의 핵심 계열사에 투자한 지분 가운데 일부다.
케이씨씨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막내동생인 정상영 케이씨씨 명예회장이 만든 기업이다. 케이씨씨의 범현대가 계열사 지분 매입은 2000년 정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몽진 회장이 취임하면서 이뤄졌다. 창업 때부터 독자노선을 걸었던 케이씨씨는 지분 투자를 통해 범현대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매출을 늘렸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투자 차익도 챙겼다. 이와 관련해선 정 회장과 임석정 제이피모건 한국대표의 관계도 관심사다. 두 사람은 동갑내기이자 고려대·미국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 동문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버랜드 주식 인수 등 케이씨씨와 연관된 굵직한 주식거래에 제이피모건이 주관사로 참여해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정몽진 케이씨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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