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견제 위해 바다·타이젠 통합작업 가속
독자적 새OS 필요성 공감…TV에 적용 전망
독자적 새OS 필요성 공감…TV에 적용 전망
지난 11일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전시회(CES).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전자 전시관을 나서 서남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신종균 사장이 뒤따랐다. 이 사장 일행의 목적지는 전시장 서남쪽 끝에 위치한 인텔 전시관이었다.
이 사장 일행은 그곳에서 폴 오텔리니 인텔 회장과 만났다. 회동 시간은 1시간을 넘겼고,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최 부회장은 인텔 전시관을 나서며 배웅 나온 오텔리니 회장에게 “다음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다시 만나자”고 인사했다. 이튿날인 12일 강태진 삼성전자 콘텐츠기획팀 전무는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바다와 타이젠의 통합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바다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이고, 타이젠은 인텔이 삼성전자 등과 함께 개발 중인 운영체제다.
삼성전자와 인텔의 만남은, 삼성전자가 탈 안드로이드 가속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스마트폰 운영체제로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채택해온 삼성전자가 독자 운영체제인 바다를 만든 데 이어 인텔과도 ‘운영체제 동맹’을 맺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타이젠을 제2의 안드로이드로 키울 목표를 갖고 있다. 인텔은 타이젠을 안드로이드처럼 성공시키기 위해 삼성전자, 모토롤라, 에이치티시(HTC) 같은 모바일 기기 제조사를 끌어들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구글이 모토로라의 모바일 사업부를 인수한 뒤, 애플한테 당한 것처럼 구글한테도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텔레비전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채택을 미루고 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관계자는 “구글이 모바일 쪽에선 잘해왔을지 모르나 스마트 텔레비전 시장까지 주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소비자가전전시회에서 구글 티브이 출시 계획을 밝힐 것으로 전망됐으나 끝내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삼성전자 독자 텔레비전 운영체제인 ‘스마트 허브’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텔레비전을 내놨다. 윤부근 삼성전자 가전총괄 사장은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을 위해 개발된 것이어서 (텔레비전에서는) 해상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텔레비전 운영체제는 (삼성전자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이런 움직임은 구글이 스마트 텔레비전 시장의 주도권까지 거머쥘 목표로 갖고 있다는 분석과 연결된다. 스마트폰 컨설팅 전문업체인 로아컨설팅이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뒤 내놓은 보고서는 “구글이 노리는 시장은 스마트폰보다는 텔레비전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모토롤라는 모바일 제조업체이면서 동시에 대형 케이블 셋톱박스 제조업체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 텔레비전 운영체제에서도 구글에 기대는 동시에 ‘탈 구글’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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