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 등 수출 급증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5000억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대일 적자도 전년에 견줘 65억달러나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지진과 엔고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겪은 일본 기업이 한국 제품을 무더기로 사들인 결과이다. 부품 소재를 일본에서 많이 수입하는 상황 탓에 우리나라는 수출이 증가할수록 대일 무역적자가 커지는 구조가 굳어졌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6일 ‘2011년 대일적자 분석 및 2012년 전망’보고서를 내어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우리나라의 수출이 급감하면서 대일 적자가 줄어들었는데, 지난해에는 대일 수출이 급증하면서 대일 적자가 감소해 질적으로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자본재 분야에서 적자 폭이 줄었던 1998년, 2009년과 달리, 지난해에는 원자재 분야에서만 적자가 52억달러나 개선됐다. 대일 수출이 68.4% 증가한 반면 수입은 10.7%만 늘어난 탓이다.
원자재 수출의 일등공신은 석유제품이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내 공급이 부족한데다 우리 정유업계의 생산능력이 커져 지난해보다 130.5% 늘어난 76억달러를 지난해 1~11월에 수출했다. 이밖에 건설광산기계, 합성고무, 조명기기, 공기조절냉난방기기, 음향기기, 사무기기 같은 기계 품목들이 흑자로 돌아섰다. 조명기기와 공기조절냉난방기기, 음향기기의 경우 최근 10년간 줄곧 적자를 기록해왔다.
한편 지난해 1~11월 부품소재의 대일 적자는 207억달러로 전체 대일 적자(264억달러)의 78.5%에 달했다.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비중이다. 지진과 엔고로 일본산 부품소재의 수입가격이 높은데도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메이드 인 재팬’을 고집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기임 수석연구원은 “올해는 원자재 수출이 다소 둔화되고 절전 관련 및 발전설비, 자동차 부품 등 자본재 분야와 식품, 패션, 이미용제품 등 소비재 분야에서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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