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아인혼(가운데) 미국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이 16일 오후 정부와 미국의 국방수권법 발효에 따른 이란 제재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인천공항/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과 논의할 이슈 많다”
17일부터 외교·재정부 방문
17일부터 외교·재정부 방문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이 16일 오후 이란 제재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방한했다. 아인혼 조정관은 18일까지 국내에 머물며 외교통상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을 차례로 방문해 미국의 국방수권법 발효에 따른 이란 제재 내용과 이행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인혼 조정관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유용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하기 위해 왔다”며 “(지난해 12월 방한 이후 지금까지) 그동안 논의가 필요한 다른 이슈들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인혼 조정관은 지난해 12월에도 한국을 찾아, 한달 앞서 발표한 미국 국무부의 이란 추가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이 요구에 따라 이란의 핵 개발과 관련된 금융제재 대상자를 추가 지정했다.
그러나 이번 방한에서 아인혼 조정관은 이란 원유 수입 감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발효된 미국의 국방수권법은 이란의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기관은 미국의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이란 원유 수입은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이란 원유 수입의 단계적 감축 방안을 제시하면서 국방수권법상의 예외 인정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수권법의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이란 원유의 수입을 ‘비중 있는(significant) 규모’로 줄여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감축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아인혼 조정관의 설명을 들어본 뒤 감축 방안 등을 조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정유사들 이란석유 수입 감축땐 ‘날벼락’ 보통 20년이상 장기계약 탓
대체 수입선 찾기 쉽지 않아
가격상승…소비자 부담 우려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라는 미국의 압박으로 국내 정유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체 수입처를 구하기 쉽지 않은데다 다른 수입처를 찾더라도 도입 단가가 높아져 수천억원의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이 이란산 원유 도입 감축에 전전긍긍하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이란산 원유 수입 단가는 배럴당 102.89달러로 같은 중동지역의 사우디아라비아(106.29달러), 쿠웨이트(104.71달러), 아랍에미리트(108.60달러)보다 2~5달러 낮다. 이란산 원유가 다른 중동산 원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몇 년 동안 2차 정제가 가능한 고도화 시설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국내 업체들로서는 오히려 입맛에 맞는 제품인 셈이다. 지난해 수입된 이란산 원유는 전체 수입량의 9.7%인 8259만배럴이다. 이란산 원유 전량을 도입 중단한다고 가정할 경우 도입 단가가 배럴당 3달러씩 높아지면 연간 2억4700만달러, 5달러로 계산하면 4억1300만달러의 비용이 추가된다. ‘성의 표시’를 위해 일정 비율을 감축하더라도 추가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케이비(KB)투자증권은 최근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의 경우 배럴당 3달러를 추가 지불할 경우 연간 1100억원, 6달러를 추가 지불하면 2200억원의 원가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란산 원유는 주로 에스케이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가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비싼 돈을 주더라도 대체 수입처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20년 이상 장기계약을 하는 원유 거래 특성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등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려는 나라들이 이미 대체 수입처를 찾고 있다. 그렇다고 현물시장에서 구하기도 어렵다. 잘못하면 원유가격이 급등하게 된다. 정부는 현재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의 다른 나라에서 대체 원유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거래의 대부분이 장기계약이라 새로운 곳을 뚫기가 쉽지 않다”며 “일본·중국 등 많은 나라가 대체 수입선을 찾기 위해 나선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산유국들의 증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은 곧바로 국제원유값의 급등을 불러오게 된다. 수입 정유사뿐 아니라 모든 국내 소비자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세계적으로 이란산 원유를 감축해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국민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통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국내 유가는 ℓ당 85원 높아진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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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수입선 찾기 쉽지 않아
가격상승…소비자 부담 우려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라는 미국의 압박으로 국내 정유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체 수입처를 구하기 쉽지 않은데다 다른 수입처를 찾더라도 도입 단가가 높아져 수천억원의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이 이란산 원유 도입 감축에 전전긍긍하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이란산 원유 수입 단가는 배럴당 102.89달러로 같은 중동지역의 사우디아라비아(106.29달러), 쿠웨이트(104.71달러), 아랍에미리트(108.60달러)보다 2~5달러 낮다. 이란산 원유가 다른 중동산 원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몇 년 동안 2차 정제가 가능한 고도화 시설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국내 업체들로서는 오히려 입맛에 맞는 제품인 셈이다. 지난해 수입된 이란산 원유는 전체 수입량의 9.7%인 8259만배럴이다. 이란산 원유 전량을 도입 중단한다고 가정할 경우 도입 단가가 배럴당 3달러씩 높아지면 연간 2억4700만달러, 5달러로 계산하면 4억1300만달러의 비용이 추가된다. ‘성의 표시’를 위해 일정 비율을 감축하더라도 추가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케이비(KB)투자증권은 최근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의 경우 배럴당 3달러를 추가 지불할 경우 연간 1100억원, 6달러를 추가 지불하면 2200억원의 원가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란산 원유는 주로 에스케이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가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비싼 돈을 주더라도 대체 수입처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20년 이상 장기계약을 하는 원유 거래 특성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등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려는 나라들이 이미 대체 수입처를 찾고 있다. 그렇다고 현물시장에서 구하기도 어렵다. 잘못하면 원유가격이 급등하게 된다. 정부는 현재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의 다른 나라에서 대체 원유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거래의 대부분이 장기계약이라 새로운 곳을 뚫기가 쉽지 않다”며 “일본·중국 등 많은 나라가 대체 수입선을 찾기 위해 나선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산유국들의 증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은 곧바로 국제원유값의 급등을 불러오게 된다. 수입 정유사뿐 아니라 모든 국내 소비자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세계적으로 이란산 원유를 감축해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국민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통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국내 유가는 ℓ당 85원 높아진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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