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정부결정에 발표 안해”
“식량지원 여론 눈치” 지적도
“식량지원 여론 눈치” 지적도
정부가 올해 새로 펴낸 ‘2010 북한의 주요 통계 지표’에 북한의 주요 곡물 생산량이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북한 통계 자료를 보면, 쌀·옥수수·보리·콩 등 북한의 2010년 주요 곡물 생산량이 빈칸으로 남아 있다. 2008년과 2009년 등 예년 발표된 통계 자료에는 포함된 내용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우리도 담당 기관에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자료를 주지 않아 싣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곡물 생산 관련 조사를 담당하는 농촌진흥청은 매년 초 전년도의 북한 곡물 생산량을 추정해 발표해 오고 있다. 그러나 농진청은 지난해부터 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자료가 없는 것은 아니고, 정부 정책적 결정에 의해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누가, 어떤 정책적 결정을 내렸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대외비로 더이상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농진청이 자료를 내지 않자, 통계청뿐만 아니라 한국은행·농촌경제연구원 등도 북한 식량 관련 데이터를 갱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낮은 수치가 나올 경우 국내에서 북한 식량 지원 여론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최근 북한은 미국과 쌀·옥수수 지원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북한학)는 “정부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발표를 하지 않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농진청 관계자는 “이전 정부 때는 북쪽에 직접 가서 샘플 등을 통해 추정치를 낼 수 있었다”며 “남북 교류가 중단돼 추정치를 발표할 수 있는 근거가 약해져 발표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과 2009년에도 곡물 생산량은 상세하게 추정됐다. 또 통계청 자료에는 자동차 대수나 화학비료 생산량 등도 추정치가 나와 있다. 최현준 류이근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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