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1억 달러’ 흑자 감소
연평균 3억달러 늘거라던 정부…‘장기적 효과’ 변명만
연평균 3억달러 늘거라던 정부…‘장기적 효과’ 변명만
“우리 수출의 월말 및 연말 집중 현상을 감안하면, 2011년 12월 전체 기간 중 대 유럽연합(EU)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흑자 감소액(78억6000만달러)의 대부분이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뒤 6개월 동안 줄어든 대 유럽연합 무역수지(62억달러)에서 비롯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외교통상부가 지난 3일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며 낸 해명자료의 일부이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이 12월20일까지의 잠정치를 따져서 12월의 대 유럽연합 무역수지 흑자 폭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억6000억원 줄었다고 발표했는데, 외교부는 “2010년 12월 전체(12.1~31) 흑자액(14억4000달러)과 2011년 12월 일부(12.1~20) 흑자액(8000만달러)을 비교한 것으로써 오류”라고 지적했다. 타당한 지적이었다. 그래서 박주선 의원은 지식경제부가 2011년 12월 전체 통계를 내놓길 기다렸다가 19일 다시 무역수지를 다시 계산했다. 결과는 13억3000억달러. 외교부의 예상과 달리 3000억밖에 흑자액이 늘지 않았다. 대신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폭 감소액은 정부의 애초 발표보다 크게 늘어 90억3000만달러에 이르렀다.
지난해 7월1일 발효된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이후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성적표는 참담하다. 201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1억9600만달러나 무역수지 흑자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우리나라의 대 유럽연합 무역수지가 연평균 3억6100달러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6개월간 17년의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경제적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월별로 비교해보면, 7월에는 무역수지가 19억5000달러로 크게 줄었다가 8월(1억6000만달러)과 9월(3억9000만달러)에 다소 회복했다. 그러나 10월(13억8000만달러)과 11월(9억7000만달러), 12월(13억3000만달러)에 또다시 두자리 수 안팎으로 무역수지 감소폭이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 세계 무역수지 감소분(90억3000달러)의 68.8%에 달하는 규모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는 321억3000만달러로, 2010년(411억7000만달러)에 견줘 21.9% 줄었다.
무역수지가 연평균 3억달러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던 정부는 이제 “유럽연합 재정위기에도 무역수지 흑자가 유지돼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한다. 흑자 규모가 줄어든 원인으로는 △유럽의 재정위기로 선박,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등의 수출이 급감했고 △항공기 신규 수입과 유럽산 육류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관세혜택을 입은 승용차(100%)나 제트유 및 등유(399.4%), 자동차부품(16%)의 수출은 늘었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박주선 의원은 “‘선점효과’를 운운하며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신속히 처리하라고 국회를 압박하던 정부가 말을 바꾸어‘단기적 효과’가 아니라 ‘장기적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변명하고 있다”며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6개월간 성적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속도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 한글본 협정문의 번역 오류 정오표도 공개하지 않고 협정 발효로 개정해야 할 하위법령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채 정부는 다음달 중반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발효한다고 밝히고 있다”며 “국민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자료를 즉각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발효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도 7년 연속 무역수지 적자(89억달러)를 기록했고 한-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자유무역협정도 4년 연속 무역적자(88억달러)를 이어가고 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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