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 한겨레 그림판
대기업 골목까지 침범
동반성장·공생 실패로
“엄격한 규제정책 불가피”
동반성장·공생 실패로
“엄격한 규제정책 불가피”
“대기업들이 싸늘한 민심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최근 연속 두차례나 대기업 대표 9명이 동반성장위원회 본회의에 ‘집단 불참’한 것에 대해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대기업들이 초과이익공유제 안건 상정 반대,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반대 등 동반성장위 활동에 공공연하게 반기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기업들의 이런 태도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가끔 동반성장이니, 공생발전이니 하는 화두를 꺼내들긴 했지만 경제 살리기를 위해 기업을 옥죄지 말아야 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은 일관된 흐름이었다. 동반성장위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자율 합의’를 강조하며 민간기구로 설립됐고, 2009년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폐지할 때도 ‘기업 인식이 많이 바뀌어 자율 규율이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규제 대신 자율을 선택한 대기업 정책은 실패했다. 대기업 계열사 수와 이들의 자산 규모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말로는 동반성장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동반성장위의 활동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비판 여론에 따라 대기업들은 ‘두 얼굴’을 보이기도 한다. 한쪽에선 동네 철물점, 문구점까지 침범한다고 비판받은 소모성 자재구매대행(MRO) 사업을 그만두면서도, 다른 한쪽에선 데스크톱 피시(PC)나 엘이디(LED) 조명사업은 중소기업한테 내줄 수 없다고 버티는 식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벌들이 ‘자율’에 걸맞은 책임의식이 부족하다는 게 확인된 이상, 엄격한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조차 경쟁적으로 재벌 개혁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정책 실패의 산물이다. 현 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민심 이반의 결정적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애초부터 기업 자정능력에 맡길 일이 아니었다”며 “재벌을 총체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기업집단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구체화, 기업분할명령제도 도입,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 등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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