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2일 경기도 이천의 하이닉스를 방문해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에게서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 하성민 에스케이텔레콤(SKT) 사장, 최태원 회장, 박성욱 부사장. 에스케이그룹 제공
오늘 주주총회서 선임되면 대표이사 유력
시민단체들 “실형땐 불확실성 가중” 반대 하이닉스반도체가 13일 오전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에스케이텔레콤(SKT)에 인수된 뒤 처음으로 열리는 주총이다. 정관 변경을 포함해 여러가지 안건이 상정될 예정인데, 사회적으로 주목을 끄는 것은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의 이사 선임이다. 주총에서 최 회장의 이사 선임 안이 확정되면, 다음날(14일)로 예정된 하이닉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뽑힐 가능성이 높다. 앞서 하이닉스 이사회는 지난달 26일 권오철 대표이사 사장과 박성욱 부사장을 유임시키고, 최 회장과 하성민 에스케이텔레콤 사장을 이사로 새로 선임했다. 하이닉스 인수는 최 회장 시대 에스케이의 최대 이벤트다. 하이닉스 인수로 그룹 자산이 100조원대를 넘었고, 재계 3위 자리를 명확히 했다. 고 최종현 회장은 유공과 한국이동통신 등 시장을 독점하던 공기업을 인수해 그룹 체제를 갖췄다. 이에 비해 최 회장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에스케이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투자와 영업 측면에서 최 회장의 역할이 매우 필요하다”며 “에스케이 쪽 다수 임원들이 하이닉스 경영에 참여하려고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보다 20%가량 늘어난 4조200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외부 시각은 다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최 회장의 하이닉스 이사 선임에 반대하고 나섰다. 최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처지라 자격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최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될 경우 하이닉스 경영 전반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뜻을 밝혔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주주들에게 최 회장 이사 선임 안에 반대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 시민단체와 재계 일각에선 최 회장이 재판 과정에서의 편리를 위해 하이닉스 대표이사에 미련을 둔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민사재판과 달리 형사재판은 피고인이 재판 때마다 직접 출석해야 한다”며 “국외 주요 고객과의 비즈니스 미팅 등을 이유로 재판 기일 조정과 재판의 조기 종결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한 53개 기관투자자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최 회장의 이사 선임에 찬성 뜻을 비쳤다. 알리안츠생명보험(지분율 0.16%)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0.558%)이 ‘중립’ 의견을 냈고, 메트라이프생명보험(0.58%)은 의결권 불행사를 공시했다. 우리자산운용은 ‘중립’ 의견을 냈다가 “전문가 의견을 존중해 변경한다”며 ‘찬성’으로 바꿨다. 분위기와 하이닉스의 지분 구조로 볼 때, 최 회장이 대표이사가 되는 데 큰 장애물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하이닉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9.15%)의 선택이다. 국민연금은 최 회장의 이사 선임 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에스케이와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주총에서 최 회장의 이사 선임 안에 반대했고,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현대제철 등기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에는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 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자’의 이사 선임 안은 ‘반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지난 10일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는 비공개로 하이닉스 임시주총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반대해도 최 회장의 이사 선임은 가능하지만, 최대 주주의 반대 표결은 상징성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투자자 전문 의결권 행사 자문회사인 아이에스에스(ISS)는 최 회장이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최 회장을 비롯해 하성민 에스케이텔레콤 대표이사 등 사내이사 3명 전원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김진철 기자, 한광덕 선임기자 nowher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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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 “실형땐 불확실성 가중” 반대 하이닉스반도체가 13일 오전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에스케이텔레콤(SKT)에 인수된 뒤 처음으로 열리는 주총이다. 정관 변경을 포함해 여러가지 안건이 상정될 예정인데, 사회적으로 주목을 끄는 것은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의 이사 선임이다. 주총에서 최 회장의 이사 선임 안이 확정되면, 다음날(14일)로 예정된 하이닉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뽑힐 가능성이 높다. 앞서 하이닉스 이사회는 지난달 26일 권오철 대표이사 사장과 박성욱 부사장을 유임시키고, 최 회장과 하성민 에스케이텔레콤 사장을 이사로 새로 선임했다. 하이닉스 인수는 최 회장 시대 에스케이의 최대 이벤트다. 하이닉스 인수로 그룹 자산이 100조원대를 넘었고, 재계 3위 자리를 명확히 했다. 고 최종현 회장은 유공과 한국이동통신 등 시장을 독점하던 공기업을 인수해 그룹 체제를 갖췄다. 이에 비해 최 회장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에스케이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투자와 영업 측면에서 최 회장의 역할이 매우 필요하다”며 “에스케이 쪽 다수 임원들이 하이닉스 경영에 참여하려고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보다 20%가량 늘어난 4조200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외부 시각은 다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최 회장의 하이닉스 이사 선임에 반대하고 나섰다. 최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처지라 자격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최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될 경우 하이닉스 경영 전반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뜻을 밝혔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주주들에게 최 회장 이사 선임 안에 반대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 시민단체와 재계 일각에선 최 회장이 재판 과정에서의 편리를 위해 하이닉스 대표이사에 미련을 둔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민사재판과 달리 형사재판은 피고인이 재판 때마다 직접 출석해야 한다”며 “국외 주요 고객과의 비즈니스 미팅 등을 이유로 재판 기일 조정과 재판의 조기 종결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한 53개 기관투자자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최 회장의 이사 선임에 찬성 뜻을 비쳤다. 알리안츠생명보험(지분율 0.16%)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0.558%)이 ‘중립’ 의견을 냈고, 메트라이프생명보험(0.58%)은 의결권 불행사를 공시했다. 우리자산운용은 ‘중립’ 의견을 냈다가 “전문가 의견을 존중해 변경한다”며 ‘찬성’으로 바꿨다. 분위기와 하이닉스의 지분 구조로 볼 때, 최 회장이 대표이사가 되는 데 큰 장애물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하이닉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9.15%)의 선택이다. 국민연금은 최 회장의 이사 선임 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에스케이와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주총에서 최 회장의 이사 선임 안에 반대했고,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현대제철 등기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에는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 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자’의 이사 선임 안은 ‘반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지난 10일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는 비공개로 하이닉스 임시주총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반대해도 최 회장의 이사 선임은 가능하지만, 최대 주주의 반대 표결은 상징성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투자자 전문 의결권 행사 자문회사인 아이에스에스(ISS)는 최 회장이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최 회장을 비롯해 하성민 에스케이텔레콤 대표이사 등 사내이사 3명 전원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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