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생태계 확대 고착화”
[0.1% 재벌의 나라]
④ 한국판 스티브 잡스 왜 못 나올까 재벌들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성장 기회를 가로채는 것은 비단 인력 빼가기와 기술 탈취 등을 통해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재벌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자기증식성이 결국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먹거리까지 빼앗는 데까지 나아간다. 삼성과 현대차, 에스케이, 엘지 등 국내 대표 재벌들은 태동기가 대부분 한국전쟁 전후다. 이병철(삼성)·정주영(현대)·구인회(엘지)·최종건(에스케이) 창업주는 모두 1907~1926년에 태어나 1980~90년대에 형제나 아들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하나의 재벌이 여러 개로 나뉘어졌다. 예컨대 삼성은 삼성그룹, 씨제이그룹, 새한그룹, 한솔그룹, 신세계그룹, 보광그룹 등을 현대는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한라그룹, 현대그룹 등의 친족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분화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나 신규 사업 진출을 통한 새로운 수익성 발굴과 같은 경영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자녀의 출생과 결혼, 분가와 같은 여느 일반 가정에서 볼 수 있는 가족사 차원에서 이뤄진다. 문제는 가족사 차원에서 벌어지는 상속과 분가가 또다른 재벌의 탄생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씨제이나 신세계, 현대중공업 등 자산총액이 2조원이 넘는 대재벌로 성장하기도 한다. 물론 삼성에서 분가해 나온 새한미디어그룹처럼 몰락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후계 경쟁에서 밀려 형성된 신생 재벌들까지 나타나면서 그야말로 재벌들의 사업 범위와 업종은 무한정 넓어지게 됐다.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터를 잡고 있던 사업 영역도 재벌이 흡수하고, 미래 시장을 염두에 두고 뛰어든 벤처기업인들이 설 땅이 점차 좁아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최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불러온 재벌들의 배이커리 사업은 재벌의 3차 분화가 이뤄지고 있는 현재 상황과 맞물리고 있다. 이부진(삼성)·장선윤(롯데) 등 빵집 논란을 야기한 대표적인 인물들은 대부분 재벌가 3세 여성들이다. 재벌의 분화가 거듭되면서 중소·중견기업의 먹거리 빼앗기를 넘어서 골목상권 침투로까지 치닫고 있는 셈이다.
국세청의 한 간부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유학을 다녀온 재벌 2~3세들이 선진금융기법을 핑계로 자본시장에서 머니게임을 벌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더니 요즘 들어선 유학 경험을 살려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면서 소상공인들과 골목 상인들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빵집 논란에 대해 “재벌 2~3세들은 취미로 할지 모르지만 빵집을 하는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한 발언은 본질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복되는 세습 경영과 그 과정에서의 재벌 분화가 결국 동네 빵집을 시장에서 몰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4조 비자금의혹 벗었지만…“선대유산” 이건희에 부메랑으로
■ “교황 12개월내 암살” 문서 유출…바티칸 발칵
■ 중고생들 “노스페이스 이젠 싫다”
■ 대학서 10년간 보관한 문화재, 알고보니 ‘장물’
■ 이맹희 베이징 ‘은둔생활지’ 가보니
④ 한국판 스티브 잡스 왜 못 나올까 재벌들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성장 기회를 가로채는 것은 비단 인력 빼가기와 기술 탈취 등을 통해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재벌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자기증식성이 결국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먹거리까지 빼앗는 데까지 나아간다. 삼성과 현대차, 에스케이, 엘지 등 국내 대표 재벌들은 태동기가 대부분 한국전쟁 전후다. 이병철(삼성)·정주영(현대)·구인회(엘지)·최종건(에스케이) 창업주는 모두 1907~1926년에 태어나 1980~90년대에 형제나 아들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하나의 재벌이 여러 개로 나뉘어졌다. 예컨대 삼성은 삼성그룹, 씨제이그룹, 새한그룹, 한솔그룹, 신세계그룹, 보광그룹 등을 현대는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한라그룹, 현대그룹 등의 친족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분화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나 신규 사업 진출을 통한 새로운 수익성 발굴과 같은 경영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자녀의 출생과 결혼, 분가와 같은 여느 일반 가정에서 볼 수 있는 가족사 차원에서 이뤄진다. 문제는 가족사 차원에서 벌어지는 상속과 분가가 또다른 재벌의 탄생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씨제이나 신세계, 현대중공업 등 자산총액이 2조원이 넘는 대재벌로 성장하기도 한다. 물론 삼성에서 분가해 나온 새한미디어그룹처럼 몰락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후계 경쟁에서 밀려 형성된 신생 재벌들까지 나타나면서 그야말로 재벌들의 사업 범위와 업종은 무한정 넓어지게 됐다.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터를 잡고 있던 사업 영역도 재벌이 흡수하고, 미래 시장을 염두에 두고 뛰어든 벤처기업인들이 설 땅이 점차 좁아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최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불러온 재벌들의 배이커리 사업은 재벌의 3차 분화가 이뤄지고 있는 현재 상황과 맞물리고 있다. 이부진(삼성)·장선윤(롯데) 등 빵집 논란을 야기한 대표적인 인물들은 대부분 재벌가 3세 여성들이다. 재벌의 분화가 거듭되면서 중소·중견기업의 먹거리 빼앗기를 넘어서 골목상권 침투로까지 치닫고 있는 셈이다.
국세청의 한 간부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유학을 다녀온 재벌 2~3세들이 선진금융기법을 핑계로 자본시장에서 머니게임을 벌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더니 요즘 들어선 유학 경험을 살려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면서 소상공인들과 골목 상인들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빵집 논란에 대해 “재벌 2~3세들은 취미로 할지 모르지만 빵집을 하는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한 발언은 본질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복되는 세습 경영과 그 과정에서의 재벌 분화가 결국 동네 빵집을 시장에서 몰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4조 비자금의혹 벗었지만…“선대유산” 이건희에 부메랑으로
■ “교황 12개월내 암살” 문서 유출…바티칸 발칵
■ 중고생들 “노스페이스 이젠 싫다”
■ 대학서 10년간 보관한 문화재, 알고보니 ‘장물’
■ 이맹희 베이징 ‘은둔생활지’ 가보니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