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 이질감이 너무 심하고 반응이 한 박자 늦는 것 같아 불안해요.” “적응되니까 (핸들링이)부드러워 훨씬 편하게 운행하게 되는데요.”
자동차 동호회나 블로그 등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전동 파워 스티어링(EPS·Electric Power Steering)에 대한 상반된 반응이다. 스티어링은 스티어링 휠(핸들)로 앞바퀴의 회전 축을 움직여 차량의 방향을 바꾸는 ‘조향장치’를 일컫는 말이다. 운전의 재미와 안전과 연결되기 때문에 운전자들의 선호도가 많이 갈리는 장치다. 최근 들어 운전자들의 반응이 더욱 갈리는 것은 완성차 업체들이 대부분의 신차에 기존의 유압 파워 스티어링 대신 전동 파워 스티어링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운전자에 따라 다른 반응을 줄이기 위해 전동 파워 스티어링의 성능 향상에 골몰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오일펌프를 사용하는 유압식 대신 전동식을 적용하는 것은 차체의 무게를 낮추고 연비를 높이는 최근의 자동차 개발 흐름과 연결된다. 유압식은 운전자가 핸들 조작시 엔진으로 오일펌프를 작동시켜 만드는 유압을 바퀴 쪽으로 전달해 방향 전환을 돕는 장치이다. 유압식은 운전자가 적은 힘으로 핸들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과거 많은 힘이 들던 수동식을 대체하며, 한 손으로 핸들을 돌릴 수 있게 해줬다. 하지만 오일펌프가 엔진의 출력을 사용하며 별도의 기름을 소모하는데다, 엔진룸의 한구석을 차지하면서 무게도 무겁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대신 전동식은 오일펌프 대신 전기모터와 전자제어장치가 앞바퀴의 회전 축 움직임을 조정한다. 엠디피에스(MDPS·Motor Driven Power Steering)라는 이름의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을 생산해 현대차에 공급하는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오일펌프가 없어 전동식은 기름을 3% 정도 절감하고, 자동차의 무게도 5㎏ 정도 낮출 수 있다”며 “엔진룸의 공간 활용도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전자장치의 제어로 저속 운전시 핸들을 가볍게 하고, 고속주행시에는 핸들을 묵직하게 해 안정적인 운전을 가능케 하는 장점도 있다. 운전경력이 짧은 운전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전동 파워 스티어링이 고속 운전을 즐기거나 핸들링에 민감한 운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고장시 주행중 안전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운전자의 핸들 조작을 전자장치가 걸러 바퀴에 전달하기 때문에 일부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자동차 경주 게임 핸들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주행중 핸들이 갑자기 무거워지거나 ‘핸들잠김’ 현상이 발생하는 등 안전에 대한 불만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 완성차 업체들은 기어박스에 모터를 장착한 아르(R)타입, 핸들 바로 밑에 전기 모터가 장착된 씨(C)타입, 기존 유압식을 보완한 전기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EHPS)을 적용하고 있다. 보통 소형 차나 중형 차에는 씨타입을, 대형 차에는 아르타입과 전기 유압식을 적용한다.
업체들은 가격이 비싸지만 핸들링 감각이 개선되는 것으로 평가받는 아르타입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베엠베(BMW)의 경우 신형 3·5·7시리즈에, 벤츠는 이(E)·에스(S)클래스 등 고급 준대형 차종에 아르타입을 적용한다. 쉐보레는 소형차인 아베오는 씨타입을, 준중형차 이상인 크루즈·말리부(3.0은 유압식)·알페온 등에는 아르타입을 장착하고 있다. 쏘나타·아이(i)40·그랜저 등 대부분 차량에 씨타입을 적용하는 현대·기아차는 제네시스·에쿠스와 곧 출시될 케이(K)9에 전기 유압식을 적용한다. 전기 유압식은 핸들 감각을 유지하며 무게를 낮추는 ‘절충형’ 이다. 현대·기아차 역시 앞으로 나오는 신차에는 아르타입을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국산화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동식은 차량 중량 대비 출력이 낮은 차에 사용해 힘을 아끼는데 도움이 되지만, 출력이 높은 디젤차나 스포츠실용차(SUV)에는 굳이 사용할 필요 없다”며 “모든 차량에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센서가 컨트롤하는 자동주차보조시스템, 차세제어장치 등 첨단 기술 도입과 연비 향상을 위해 전동 파워 스티어링은 앞으로 대세가 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많다. 운전자들의 ‘손맛’과 자동차의 첨단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업체들의 고민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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