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과 비교 서울 17%·경기 20%나 치솟아
재계약·신혼부부 부담 커져 외곽으로 떠밀려
재계약·신혼부부 부담 커져 외곽으로 떠밀려
경기 안양 평촌새도시 목련우성3단지 76㎡형에 사는 직장인 김아무개씨는 최근 집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집주인이 오는 6월 재계약을 앞두고 현재의 전세를 월세로 바꾸겠다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4년 전 이 아파트를 1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했고 2년 전에는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현재 시세가 1억8000만원으로 뛰어 김씨가 올려줘야 할 전세금 차액은 6000만원에 이른다. 김씨는 “월세를 내기는 빠듯한 살림이어서 감당하기 힘들고, 아이 둘이 있어 집을 줄여가기도 어렵다. 결국 빚을 내 주변 전셋집을 구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6월초 결혼을 앞둔 강아무개씨는 한달 전부터 인터넷으로 서울시내 전셋집 매물정보를 샅샅이 검색해, 주말이면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방문하고 있지만 여태 마땅한 신혼집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맞벌이인 이 예비부부의 직장이 각각 종로와 용산이어서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이 쉬운 역세권을 찾고 있지만 도심에서 멀지 않은 역세권 아파트는 하나같이 전셋값이 비싼데다 매물도 귀하기 때문이다. 강씨는 “서울을 벗어나지 않고 도심에서 30~40분 안에 출퇴근이 가능한 아파트는 방 2개짜리 전세금이 2억원을 웃도는 상황”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상승세가 꺾인 서울·수도권 전셋값이 봄 이사철에 접어든 3월에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올 들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강남과 강북 모두 뚜렷한 상승·하락이 없는 가운데 지난 한 주간(3월3~9일)에도 소폭 변동(-0.01%)에 그쳤다. 특히 강남구는 지난주 전셋값이 0.12% 떨어져 내림세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와 신혼집이 필요한 예비 신혼부부들은 ‘전세시장 안정’을 체감할 수 없는 실정이다. 2년 전 이맘때와 견줘보면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통계를 보면, 지난 2월 현재 서울지역 주택(아파트, 연립, 다세대, 단독주택) 전셋값은 2010년 2월에 견줘 17%나 뛰어올랐다. 경기도는 20.3%, 수도권 전체로는 17.4%가 상승했다. 서울지역의 상승률은 그 이전 2년간(2008년 2월~2010년 2월) 상승률 7.4%과 비교해도 두배를 웃도는 수치다. 최근 2년간 전셋값이 사상 유례없이 뛰어오른 탓이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재계약이 닥친 세입자들에겐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지난 2년간의 전셋값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처지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올 봄 전세시장은 지난해와 같은 전세난이 재발할 우려는 없는 대신 재계약 세입자와 신혼부부 등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입주 물량이 많아 전셋값이 저렴한 김포, 파주 등 수도권 외곽으로 떠밀려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무주택 서민에게 제공하는 전세자금 보증액의 증가 추세를 보면 재계약에 따른 전셋값 부담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월 주택금융공사의 월별 전세자금 보증액은 1조284억원으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전세자금 보증액은 2010년 2월엔 전년동기 대비 20%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무려 71.9%가 뛰었다.
최종훈, 이재명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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