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말 경기도 용인에 1호점이 문을 연지 두 달이 지난 3월12일 현재, 알뜰주유소는 전국 371개로 확대됐다. 하지만 서울에는 금천구 시흥동의 형제주유소와 서초구 양재동의 농협주유소 단 두 곳만 알뜰주유소가 운영되고 있다. 알뜰주유소는 주변보다 최대 100원까지 저렴한 휘발유를 판매해 주변 지역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 목표로, 지속적인 확대가 이뤄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연일 기름값이 치솟는 가운데 아직까지 알뜰주유소의 ‘효과’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7일 “현재 2개뿐인 서울 지역의 알뜰주유소를 조만간 1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휘발유 소비량이 높은 서울에만(1월 기준 전국 2위) 왜 유독 알뜰주유소가 늘어나지 않고 있는 걸까?
우선 농협주유소가 1개밖에 없고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주유소의 비율이 지방보다 높은 서울 지역의 특성을 배경으로 들 수 있다. 정부는 애초 농협주유소를 밑돌로 삼아 일반 자영주유소의 전환을 포함해 알뜰주유소의 범위를 늘려갈 방침을 세웠다. 371개의 알뜰주유소 가운데 농협주유소가 전환한 곳은 320개고,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주유소가 5개, 자영주유소가 46개다. 서울에는 양재동 농협주유소가 유일하다. 또 서울에는 정유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폴주유소(특정 정유사 상표를 달고 있는 주유소)보다 알뜰 주유소로 전환하기 쉬운 자가폴 주유소(특정 정유사 상표를 달지 않은 주유소)가 23개 밖에 없다.
서울이 지방보다 주유소 간의 경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자영주유소 업자들이 알뜰주유소 전환에 매력을 못 느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서울에 차량이 많고 소비량이 높아 지방보다 경쟁이 적은 편이라 사장님들이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는 알뜰주유소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고 설명했다. 지경부 관계자도 “지방은 장사가 어려워 경쟁이 심하다보니 알뜰주유소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서울 소비자들이 폴주유소에 대한 신뢰가 높은 것도 이유”라고 덧붙였다.
주변보다 저렴한 기름값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실제로 이날 오전 알뜰주유소 서울 1호점인 형제주유소의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2037원으로, 반경 2㎞이내의 8곳이 알뜰주유소 보다 가격이 낮았다. 김재형 형제주유소 사장은 “전환 뒤 매출은 2~3배가 늘었다”면서도 “다른 주유소 역시 저렴한 기름을 공급받아 가격을 낮춰 차별성이 없어지고, 영업마진은 잘 안나와 고민이다”고 말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한 셀프주유소 전환도 쉽지 않다.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로부터 기존 가격보다 ℓ당 30~40원 저렴한 가격을 공급받는데, 최대 100원까지 가격을 낮추려면 셀프주유소로 전환해야 한다. 서울 강북지역의 한 주유소 사장은 “서울은 비싼 땅값 때문에 주유소 부지가 좁아 지방처럼 차들이 대기할 수 있는 부지가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셀프주유기 1대 설치 비용은 약 2500만원으로, 지경부는 알뜰주유소 전환시 최대 5000만원까지 융자를 지원한다. 셀프주유소로 전환하지 않고 있는 서울 1호점 김재형 사장은 “정부 지원도 결국 다 빚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 서울에서 알뜰주유소로 전환할시 감수해야할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에서 자가폴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알뜰주유소의 등장으로 선택권이 기존 4개 정유사에서 5개로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사업이란게 몇 년 뒤에 이익이 얼마나 남는지 그림이 그려져야 하는 것 아니냐” 며 “알뜰주유소가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예상하다보니 관망중이다”고 말했다. 지경부 관계자도 “알뜰주유소 초기다 보니 자영주유소 입장에서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는 것 같다”며 “정부도 이런 의구심을 해소시킬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현재 알뜰주유소 신청자는 전국 230여개로 많은 편이다”며 “서울 지역의 알뜰주유소 전환을 유도하고, 공공시설 주차장 등의 부지나 부대시설에 셀프주유기를 설치하는 간이 주유소를 만들어 확대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승준 류이근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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