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프로필
4촌지간인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최고운영책임자)은 과연 만나게 될까? 만난다면 어떤 표정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이병철 전 삼성 회장(창업자)의 자손들 사이에 사상 최대액수를 다투는 유산 소송이 불붙은 가운데, 소송 결과에 큰 영향을 받을 두 당사자가 조우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손녀인 조나영(30)씨가 오는 6일 결혼식을 올리기 때문이다. 상대는 김앤장 소속 한상호 변호사의 장남인 한경록(33)씨. 새 신랑 한씨는 한국투자공사(KIC)에서 일하는 금융맨이다. 신부 조씨는, 외숙모인 홍라희씨가 관장으로 있는 리움미술관의 큐레이터로 일한다. 주례는 이준구 서울대 교수가 맡는다.
온가족이 모여 떠들썩하게 축하해야 할 자리에, 신부의 외삼촌들과 이모들을 초청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터. 더구나 신부는 이인희 고문의 장남인 조영길 한솔그룹 회장의 장녀이니 삼성가에서도 큰 경사다. 삼성그룹은 물론이고 범삼성가에 들어가는 씨제이그룹, 신세계그룹의 ‘총수’들이 줄줄이 모여야 하는 게 일반적으론 당연하다. 실제로 한솔 쪽에서는 삼성그룹 쪽은 물론이고, 이재현 씨제이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은 가족 경조사에 잘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 대신 아들인 이재용 사장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이재현 회장이 초청에 응한다면, 소송 양 당사자인 이맹희-건희 형제의 아들들간의 만남이 이뤄지게 된다. 재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소송이 끝까지 가고 어느 한쪽이 이기고 진다면, 그 영향은 곧바로 이재현-재용 사촌지간에 미치게 될 것”이라며 “소송 결과에 따라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구조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두 사촌지간의 만남이 매우 미묘한 분위기일 것”으로 예상했다.
더구나 이명희 신세계 회장까지 보태면, 더욱 ‘애매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밖에 없다. 신세계그룹 계열사가 삼성생명의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이병철 회장의 자녀 중 막내인 이명희 회장만 유일하게 이번 소송에 대한 입장을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삼성가 유산소송은 더욱 본격화하고 있다. 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가장 먼저 유산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차녀 이숙희씨가 가담했고, 차남인 고 이창희씨의 둘째 며느리 최선희씨와 손자까지 최근 유산소송을 제기했다.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3녀 이순희씨는 일찌감치 이건희 회장 쪽을 지지하고 나섰다. 삼성가 상속은 이미 24년 전 이병철 회장이 세상을 떠날 즈음 완전히 마무리됐다는 입장이다.
고 이창희씨의 둘째 며느리 등이 소송을 냈을 때, 이창희씨의 부인인 이영자 전 새한그룹 회장은 “이창희 일가가 소송전에서 이맹희씨 쪽에 가담했다는 건 잘못됐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이영자 전 회장 쪽에선 2010년 자살한 둘째 아들과 부인은 이미 그 전부터 별거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영자 전 회장과 장남인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쪽 입장을 지지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삼성그룹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영자 전 회장이 이건희 회장 소유의 집에 거주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이므로 집안의 경사라 할 한솔그룹 장녀의 결혼식에 이들이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견해도 많다. 이미 지난달 이인희 고문이 휴양 중인 미국 하와이에서 이건희 회장이 만남을 가진 바 있고, 이인희 고문은 이건희 회장 쪽 입장에 서 있으므로, 이재용 사장이 결혼식에 참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이재현 회장은 아버지 이맹희씨가 이건희 회장에게 소송을 건 당사자이기에 결혼식에 얼굴을 내미는 일이 대단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명희 회장은 ‘캐스팅 보트’를 쥔 채 어느 쪽 손도 들어주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역시 결혼식 참석이 마냥 편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편, 삼성가의 유산소송의 첫 변론기일은 6월 초에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사건을 심리중인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재판장 서창원 부장판사)가 지난달 29일 이건희 회장 쪽 소송대리인에게 오는 27일까지 답변서를 보완하라는 취지의 석명준비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준비서면이 제출되고 쟁점이 분명해져야 기일이 잡히므로 다음달 초 재판부의 쟁점 파악이 마무리된다면, 그로부터 한 달 뒤인 6월 초에는 변론이 시작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 쪽 대리인단은 준비서면만으로도 적잖은 공방이 오갈 것으로 예상하고 여유있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재판이 예상보다 훨씬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석명준비 명령과 함께 금융거래제출명령신청서, 과세정보제출명령신청서 등도 이건희 회장에게 보냈다. 이는 이맹희 전 회장 등 쪽에서 이건희 회장 명의로 실명전환된 삼성전자 주식과, 삼성에버랜드 명의로 전환된 삼성생명 주식 등에 대해서까지 소송 대상을 넓히기 위해 낸 증거신청서다. 증거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전체 소송 대상액은 현재 1조원대에서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와 관련 이건희 회장 쪽은 이맹희 전 회장 쪽의 증거신청에 관한 의견서 제출을 미뤘고, 그래서 재판부가 신청서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첫 변론기일이 잡히기 전부터 증거신청을 둘러싼 공방이 지리하게 이어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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