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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파이시티 1조 대박’ 허상 뒤엔…로비 부른 ‘PF의 함정’

등록 2012-04-30 21:29수정 2012-04-30 21:45

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정권 실세들이 업체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복합유통센터(파이시티) 건설 예정 부지.  <한겨레> 자료사진
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정권 실세들이 업체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복합유통센터(파이시티) 건설 예정 부지. <한겨레> 자료사진
파이시티, 최시중 박영준에 로비
금융기관 시행사 대출은
건설사 지급보증 조건부

사업성공땐 건설사쪽도
시공·분양서 엄청난 이익

행정기관에 ‘공공기여’는
밀실협상·로비 소지 제공

인허가 로비 사건이 터진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사업은 이정배 전 사장의 애초 계획대로 성공할 경우 개발이익만 1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이다. 이 전 사장은 사업 준공 때까지 2조4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매출액은 3조3300억원 정도를 예상했다. 그러나 이런 개발이익은 시행사가 독식할 수 있는 과실은 아니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지적이다. 사업을 이끌어가는 시행사를 둘러싸고 자금을 대는 금융기관, 인허가를 내주는 행정관청, 시공을 맡는 건설사 등이 서로 연결고리를 가지면서 마치 ‘파이’를 나눠 먹듯이 개발이익을 자기 몫으로 챙겨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파이시티 같은 개발사업이 굴러가려면 우리은행처럼 자금줄 구실을 하는 금융기관이 반드시 등장한다. 이 금융기관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시행사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챙겨가는 게 주된 영업활동이다. 2004년 우리은행 등이 파이시티 사업에 자금을 대줄 당시는 부동산경기가 살아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이 ‘황금알을 낳는’ 금융기법으로 떠오른 시기다. 당시 우리은행, 농협, 교원공제회 등은 파이시티에 4750억원을 대출해줬으며, 이 가운데 우리은행은 3800억원을 빌려줬다. 이후 인허가 지연으로 파이시티 사업이 장기화되면서 이자가 불어나 대주단이 돌려받아야 할 돈은 9700억원대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들 피에프 대주단(채권기관 협의체)의 대출은 처음부터 안전장치를 갖고 있었다. 사업성을 보고 대출해주는 게 아니라 건설사의 피에프 지급보증을 조건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는 시행사가 부도났을 경우 보증을 선 건설사가 대신 대출금을 갚는 구조로, 금융기관은 리스크를 거의 떠안지 않는 방식이다.

더욱이 우리은행 등 대주단은 파이시티 사업이 중도에 망가졌는데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파이시티에 대해 회생 결정을 내린 것은, 회사를 살려 사업을 진행하는 쪽이 파산시키는 쪽에 견줘 대주단이 채권을 더 많이 회수할 수 있다는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부동산 시행업체 한 관계자는 “돈을 댄 금융기관이 가장 적은 위험을 떠안는 개발사업 실태가 잘 드러난 게 파이시티 사건”이라며 “우리은행은 피에프 대주단 대표의 우월적 지위를 최대한 활용한 경우”라고 꼬집었다.

개발사업에 피에프 지급보증을 서주는 건설사들도 ‘대박’을 노리고 뛰어들었기는 마찬가지다. 사업이 성공할 경우 건축물 시공과 분양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사들이 시행사가 주도하는 개발사업에서는 자체사업과 달리 토지 매입에 따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개발사업 인허가를 내주는 행정기관도 사업 관련자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행정기관은 사업 시행자에게 인허가의 반대급부로 기부채납 방식의 ‘공공기여’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기부채납이란 시행자가 사업지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제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공공시설을 짓는 것으로, 땅의 용도가 변경돼 용적률이 높아지면 보통 늘어난 용적률의 40~60%까지 기부채납이 이뤄진다.

이런 기부채납은 민간 사업자의 개발이익을 환수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인허가의 조건으로 활용되면서 행정기관과 사업 시행자의 밀실협상과 함께 로비의 소지를 제공하기도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또 기부채납이 과도할 경우에는 이후 건축물의 분양가에 전가돼 소비자의 부담을 늘릴 소지도 있다. 분양가 승인 역시 관할관청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시행업체 한 관계자는 “파이시티가 2006년 도시계획시설 변경결정 이후 건축허가까지 3년의 시일이 소요된 데는 서울시가 이 사업의 공공기여 방식을 확정짓지 못한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파이시티 시행사가 1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개발이익을 기대하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동시에 위험도 너무 컸다고 보고 있다. 이 전 사장이 권력자를 찾아 로비에 나선 것도 따지고 보면 인허가가 지연될 경우 대출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부동산경기 변동에 따라 오피스·판매시설 등의 미분양 위험도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행업체 관계자는 “파이시티 같은 민간 개발사업은 공공기관으로부터 땅을 매입해 벌이는 사업에 견줘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라며 “그런 위험과 사업비용, 금융기관과 건설사의 이익분을 고려하면 시행사(파이시티)의 몫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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