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주행거리는 15% 감소
지난달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568만6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1% 늘었다. 지난 1월(7.59%), 2월(4.35)에도 휘발유 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디젤차 연료에 많이 쓰이는 경유 역시 지난 3월 1125만3000배럴을 소비해, 지난해보다 0.07% 증가했다. 올해 초부터 휘발유 값이 100일 넘게 올랐지만, 소비는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가 국내 자가용 승용차 가운데 중·대형차의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1일 ‘2011년 에너지총조사 자가용 승용차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고유가와 자가용 승용차 주행거리 감소에도 불구하고, 휘발유 소비량이 늘고 있는 것은 승용차 보유 대수 증가와 더불어 승용차 보유 구조의 대형화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조사는 지난해 6∼9월 사이 진행됐고, 국토해양부에 등록된 승용차 현황 등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소형 승용차(1500cc미만)는 2002년 자가용 승용차의 50.2%를 차지했지만, 2008년 31%, 2011년 23.7%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같은 기간에 1000cc 이하의 경차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소형차의 비중은 꾸준히 감소했다. 반면, 중형차(1500~2000cc)와 대형차(2000cc) 비중은 각각 7.2%포인트, 9.0%포인트가 늘었고, 승용다목적형 차량(SUV)도 10.2%포인트 증가했다. 자가용 승용차 등록대수는 2002년 973만여대에서 2011년 1362만여대로 연평균 3.8%로 증가했다.
중대형차의 증가는 연비 감소로 나타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연평균 주행연비는 승용차 효율 향상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02년 10.8㎞/ℓ에서 2011년 9.5㎞/ℓ로 악화됐다”며 “소형차의 자동변속기 보급 증가와 승용차의 중대형화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사결과를 보면, 대형차는 소형차에 견줘 연료를 2.5배 더 소비했고, 중형차는 1.5배 더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용 승용차 1대당 연평균 주행거리가 2002년 1만5339㎞에서 2011년 1만3088㎞로 14.7% 감소하고, 1대당 연평균 휘발유 소비량도 줄고 있지만, 중·대형차의 증가가 이런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승용차 보유구조는 당분간 중·대형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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