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동반성장지수 첫 발표
56곳중 49곳 ‘보통’ 이상…12.5%만 ‘개선’ 대상
등급제·평가방식 등 사실상 대기업 주장 수용
56곳중 49곳 ‘보통’ 이상…12.5%만 ‘개선’ 대상
등급제·평가방식 등 사실상 대기업 주장 수용
10일 동반성장위원회의 동반성장지수 발표는 유장희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출범한 제2기 동반성장위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번 동반성장지수는 객관성·공정성이 떨어져 대기업들의 동반성장 실적을 평가한다는 애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면죄부’만 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동반성장위는 전체 평가대상 대기업 56곳을 ‘우수-양호-보통-개선’의 네 등급으로 평가했다. 이 중 최하등급인 ‘개선’은 7곳으로, 전체 평가 대상의 12.5%에 불과하다. 발표대로라면 대다수 대기업은 동반성장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하도급거래 관행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과 적지 않은 괴리가 있다. 당장 최상위 ‘우수’ 등급을 받은 6개 대기업 중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불공정하도급거래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또 ‘우수’와 ‘양호’ 판정을 받은 삼성전자,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에스디아이(SDI), 엘지(LG)전자는 이날 공정위가 발표한 부당 발주취소 혐의가 있는 전기전자업종의 대기업 명단에 포함돼 있다.
동반성장지수 산정 과정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56개 대기업의 평가점수를 순위대로 공개하는 점수제나 순위제 대신 등급제가 채택됐다. 그동안 전경련은 점수제와 순위제를 대기업들에 대한 ‘줄세우기’라고 강력히 반대하며 최상위 업체만 공개하자는 주장을 폈다. 전경련 요구를 100% 수용한 것은 아니지만 점수와 순위를 공개하지 않고, 전체 평가 대상의 87.5%에 ‘보통’ 이상의 등급을 부여함으로써 사실상 재계의 요구를 들어준 셈이 됐다. 중소기업연구원의 한 박사는 “우수나 양호 기업들의 점수가 공개가 안 돼 정말 잘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둘째는, 등급 부여의 공정성이다. 동반성장지수는 공정위의 상생협약 이행실적과 동반성장위의 1·2차 협력업체 체감도 조사를 평가해 등급화한 뒤 50%씩 반영해서 합산한 것이다. 공정위는 상생협약 이행평가를 네 등급으로 구분했다. 우수에 해당하는 A등급의 경우 90점대를 얻은 기업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동반성장위의 체감도 평가에서는 우수 등급이라도 80점대 이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셋째는, 공정위 평가와 체감도 조사의 합산 방식이다. 공정위의 평가와 체감도 조사에서 모두 우수 평가를 받은 기업에 최종적으로 우수 등급을 부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동반성장위는 공정위 평가와 체감도 조사에서 각기 보통과 개선을 받은 경우, 최종 등급을 보통으로 부여해 등급 인플레이션을 야기했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절대평가를 상대평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부 자격이 부족한 기업에도 더 좋은 등급이 부여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털어놨다. 공정위 간부는 “공정위 평가에서 개선 등급을 받은 업체는 사실상 동반성장 노력을 거의 하지 않은 최악의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동반성장지수 평가의 공정성이 의문시되면서 정부가 우수 및 양호 등급 대기업들한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우수나 양호 등급 기업들은 하도급 분야의 직권조사, 서면실태조사가 면제되고, 공공입찰이나 세무조사에서도 우대를 받는다.
동반성장지수 평가 논란은 유장희 위원장 체제의 근본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유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대기업의 성장 둔화와 중소기업의 이익률 정체로 인한 일자리 문제와 부의 편중으로 인한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동반성장”이라면서도 “대기업에 희생만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동반성장위가 대기업들의 눈치를 보다가 면죄부만 준 꼴이 됐다”고 말했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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