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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후순위채권, 저축은행·고객에 ‘달콤한 독약’

등록 2012-05-14 20:18수정 2012-05-14 22:40

내용 잘 안알려…파산땐 환급난망
“부실업체에 마구 판매 허용이 잘못”
서울 압구정동에 사는 주부 조아무개(65)씨는 지난 6일부터 날마다 밤잠을 설친다. 남편 퇴직금 일부를 떼내 미래상호저축은행의 한 지점에 맡겨둔 돈 때문이다. “예금자보호 대상이 되는 예금인 줄 알고 있었는데 영업정지 발표 직후 알아보니까 후순위채권이더라”라는 것이다. 조씨는 “원래 자유적립예금을 들었는데 2년 전쯤 창구 직원이 좀더 금리가 높은 상품으로 바꿔주겠다고 해서 무심코 동의했더니 후순위채권으로 바뀌어버렸다. 갈아 탈 때 통장까지 줘서 예금이 아닌 줄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저축은행 3차 구조조정에 따라 조씨처럼 후순위채권 투자의 피해 사례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번에 영업정지된 4개 저축은행은 1·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 때 정리된 저축은행들보다 훨씬 더 많은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잔액 기준으로 솔로몬 1148억원 등 모두 2246억원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차 구조조정 당시 후순위채권 투자자들의 피해 신고건수가 1200여건이었는데 이번에는 7000건을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후순위채권은, 말 그대로 발행 주체가 파산한 경우 가장 나중에 변제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따라서 빚잔치를 해서 자산보다 부채가 많으면 한푼도 건지지 못한다. 부실 저축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권을 산 경우가 바로 그렇다. 후순위채권은 일반 회사채보다 금리가 2%포인트가량 높다. 부도날 위험을 고려해서다. 또 부도에 따른 손실은 위험을 감수한 투자자가 지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

그러나 저축은행 후순위채권은 대부분 해당 저축은행 창구에서 정확한 절차나 규정을 지키지 않고 판매했다는 게 문제다. 피해자들은 상품 내용이나 구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하소연한다. 심지어 창구 직원이 고객 동의도 없이 전화로만 알려준 뒤 일반예금을 후순위채권으로 전환한 경우도 많다. 금융당국도 저축은행 후순위채권의 불완전판매가 만연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래서 지난해 12월 투자금의 20~52%를 돌려주는 피해보상 규정을 마련하고, 금감원에 피해신고센터까지 두고 있다.

피해자들은 이런 구제절차에 불만이 많다. 불완전판매의 협의를 피해자들이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나중에 법정에서 협의가 뚜렷하게 밝혀지더라도 보상할 주체가 파산 절차를 마무리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대순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변호사)는 “자본시장통합법에서는 투자위험에 대한 설명 및 고지 의무를 판매회사에 부여하고 있지만 실제 불완전판매 분쟁이 발생하면 피해자가 입증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부실 저축은행들에 후순위채권을 마구 발행해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부터 잘못”이라고 말했다.

후순위채권은 저축은행에도 ‘달콤한 독약’으로 작용한다. 보통 만기 5년 이상인 후순위채권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건전성을 점하면서 보완자본으로 인정해준다. 그래서 경영실적이 저조하거나 자본확충 능력이 없는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 후순위채권을 대거 발행했다. 그 결과 이들 저축은행의 유동성 위험이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전체 저축은행업계와 고객들을 불안에 빠뜨리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를 정책 실패와 감독 부실의 탓으로 보는 이유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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