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시아 증시 급락
환율급등 1달러 1172원
환율급등 1달러 1172원
유럽발 먹구름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대형 폭풍을 일으켰다. 불이 난 데보다 불구경하던 쪽이 더 심한 화상을 입은 꼴이다.
18일 국내 금융시장은 그리스 등 유럽 경제권(유로존)의 위기 확산 조짐에다 미국의 실물경기지표마저 부진하다는 소식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주가, 원화, 채권이 모두 외부의 충격으로 하락 압력을 받아 급격하게 떨어졌다. 증시에선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때 투매양상까지 보이며 주가가 연중 최저치로 밀렸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연중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원화의 대외가치가 급락한 것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2.78(3.4%) 떨어진 1782.46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2월19일(1776.9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도 448.68로 전날보다 19.45(4.15%)나 떨어졌다. 유로존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로 투자 심리가 급랭한 결과였다. 특히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의 하락, 스페인 은행들의 무더기 신용등급 하락과 대량 예금인출(뱅크런) 조짐 등이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외국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427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거래일 기준으로 13일째 팔자 공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이달 들어서만 3조1686억원에 이른다. 외국인의 무차별 매도공세로 삼성전자(4.66% 하락)를 비롯한 대부분의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급락했다. 주가가 내린 종목수는 752개로, 오른 종목(122개)보다 6배가량 많았다.
우리 증시는 전날 영국(-1.24%), 프랑스(-1.20%), 독일(-1.28%) 등 유럽 주요 증시보다 낙폭이 훨씬 크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2.99%,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24% 떨어지는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충격을 받았지만 한국 시장에서 견줘서는 강도가 덜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선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결과인 역송금 수요와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달러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9.9원(0.85%) 급등해 달러당 1172.8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역외금융시장에선 부도위험지수를 상품화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5%포인트를 기록해 지난 1월3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주식, 외환시장의 불안과 관련해 “하루치 변동폭으로는 너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당장 쓸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의 시장 전망은 대체로 비관적이다. 국민은행의 홍춘욱 파생상품영업팀장은 한마디로 ‘위기 전염에 대한 공포감’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주말로 예정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뚜렷한 조처가 나오지 않으면 당분간 시장 경색을 풀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국내 금융기관이나 수출입업체들의 단기 외화유동성은 원활해 보인다”라면서도 “자본시장 개방화의 결과로 외화자금의 유출입 속도가 너무 빨라져 외부 충격에 따른 금융불안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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