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고실업→소비둔화→세수감소” 크루그먼 등 분석 힘얻어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2009년 이후 나라 살림살이의 고삐를 죄는 ‘긴축’은 위기에 대처하는 모범답안으로 통했다. 나라살림이 거덜난 만큼 예산을 줄여 빚을 갚는 게 우선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긴축이 되레 위기를 가중시킨다는 ‘긴축의 역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긴축을 통해 고통만 가중될 뿐 위기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데 따른 반작용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유로존이 처한 재정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긴축이 아닌 ‘성장’에 무게중심을 둔 공식성명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분석과 진단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지나친 긴축의 폐해를 앞장서 주장한 이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다. 그는 최근 “긴축정책은 유럽경제의 자살행위”라고 말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도 “유로존의 지나친 긴축은 결국 저성장, 고실업으로 이어진다”고 거들었다.
이런 우려는 강도 높은 재정 긴축이 ‘경기침체 지속 → 실업률 증가 → 소비 둔화 → 성장률 하락 → 세수 감소’란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나 스페인은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연합(EU)의 긴축 처방을 충실히 따르고 있지만, 두 나라의 경제는 위기의 터널에서 전혀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긴축을 통해 씀씀이를 줄여 빚을 갚아나가면 자연스럽게 재정에 여력이 생겨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처방전이 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2009~2011년 유로 지역 긴축정책은 1유로(약 1492원)의 긴축으로 0.4유로의 재정적자만 감소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긴축이 애초 ‘오진’에서 나온 처방전이라는 평가도 있다. 스페인 등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재정 여건이 독일보다 나았는데도, 경제위기의 원인을 방만한 재정 운영에서 잘못 찾고 이 원인을 뿌리뽑기 위해 긴축을 권고했다는 것이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재정적자는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난 증상이었을 뿐”이라며 “유럽 경제위기의 본질은 경제성장이 둔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긴축과 성장을 둘러싼 논쟁의 주도권 다툼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신중범 기획재정부 거시협력과장은 “다음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성장이 부각되면서 긴축의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일본산 쓰레기 쓰나미’ 알래스카 덮친다
■ 챔피언 김주희 “생활고에 자살시도…갑자기 억울”
■ SBS ‘고양이 기생충’ 보도에 누리꾼 반박글 쏟아져
■ 카이스트 학생들 캠퍼스에 책상 놓고 ‘공부 시위’
■ 6억 들고 튄 승려 잡고 보니 ‘장발족’
■ ‘일본산 쓰레기 쓰나미’ 알래스카 덮친다
■ 챔피언 김주희 “생활고에 자살시도…갑자기 억울”
■ SBS ‘고양이 기생충’ 보도에 누리꾼 반박글 쏟아져
■ 카이스트 학생들 캠퍼스에 책상 놓고 ‘공부 시위’
■ 6억 들고 튄 승려 잡고 보니 ‘장발족’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