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 싸게 팔면 출고 정지·공급가 인상
‘FTA 가격인하 효과’ 막은 필립스
공정위, 15억 과징금 부과
‘FTA 가격인하 효과’ 막은 필립스
공정위, 15억 과징금 부과
유럽산 소형 가전제품의 가격 거품이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에도 빠지지 않는 이유가 밝혀졌다. 국내 소형 가전제품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네덜란드계 필립스전자(이하 필립스)가 대리점들에게 전기면도기, 전동칫솔, 전기다리미, 커피메이커 등을 인터넷시장에서 싸게 팔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수법으로 가격할인 경쟁을 막아오다가 덜미를 잡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필립스가 대리점에 옥션과 지마켓, 11번가 등과 같은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거래되는 30여개 소형 가전제품의 최저 판매가격을 미리 정해준 뒤, 이 가격 아래로는 팔지 못하도록 강제한 행위를 적발하고, 과징금 15억13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법위반 기간은 2011년 3월부터 2012년 5월까지 14개월간이다. 이번 조처는 2011년 7월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유럽산 소형 가전제품의 가격하락을 막은 불공정행위에 대해 내려진 첫 제재다. 유럽산 소형 가전제품은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발효로 8%의 관세가 폐지됐지만 가격인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필립스는 국내에 소형 가전과 의료기기, 조명기기 등을 수입해서 팔고 있는데, 전기면도기, 음파전동칫솔, 전기다리미 등 대부분의 품목에서 시장점유율 1위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필립스는 2010년 8월 온라인시장의 가격경쟁을 제한하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한 뒤 49차례나 회의를 열어 할인판매 통제 방안을 논의하다가, 2011년 5월 ‘필립스가 판매하는 30개 소형 가전 전 제품은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권장소비자 가격 대비 50% 이상으로 판매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각 대리점에 통보했다. 필립스는 이를 따르지 않은 대리점에 출고 정지와 공급가격 인상 등 불이익을 줬다. 또 2011년 3월부터는 전기면도기, 음파전동칫솔, 커피메이커, 이동통신기기용 스피커 등 4개 제품을 아예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팔지 못하도록 강제했다. 필립스의 행위는 빠르게 성장하는 온라인시장에서의 치열한 가격 경쟁이 인터넷 종합쇼핑몰 등 인접한 온라인시장과 백화점 등 오프라인시장의 가격인하 경쟁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는 가격할인을 하지 않기로 담합한 것과 사실상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며 “앞으로 소형 가전제품의 가격거품이 제거되고, 소비자들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필립스의 소형 가전사업 비중이 매출액 4543억원(2011년)의 3분의 1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공정위 과징금은 법 위반 관련 매출액인 1500억원의 1%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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