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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동업자 이익 빼가기에…유한-킴벌리 ‘42년 합작정신’ 깨지나

등록 2012-06-26 20:46수정 2012-06-27 09:38

‘지분 70%’ 미 킴벌리클라크
4년간 배당금 1.6배 늘리고
로열티 증액 요구도 노골화

킴벌리 이사비율 변경 추진에
유한, 법원에 가처분신청 제출

유한킴벌리 2년전부터 실적 악화
모범적 기업 이미지도 흠집날 듯

“결국 올 게 온 거죠. 이미 예고됐던 일입니다.”

국내 1위 생활용품업체인 유한킴벌리의 합작 파트너인 유한양행과 세계 최대 위생제지업체인 미국의 킴벌리클라크 간의 소송전 돌입에 대해 유한킴벌리의 한 전직 고위 임원은 침통하게 말한다. 유한킴벌리의 2대주주인 유한양행은 최근 1대주주인 킴벌리클라크를 상대로 현행 이사선임 비율 유지, 최규복 현 대표이사 해임 등을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 표면적으로는 킴벌리클라크가 7월3일 임시주총에서 이사선임 비율을 현행 4 대 3에서 5 대 2로 자신들에 유리하게 바꾸려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하지만 양쪽의 갈등은 킴벌리클라크가 1970년 유한킴벌리를 합작설립한 이후 40년 이상 지켜온 호혜적 합작정신을 무시한 채, 제1대 주주의 지위를 앞세워 경영권을 일방적으로 행사하고 무리하게 배당을 챙겨가는 주주자본주의를 노골화하면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킴벌리클라크는 2007년 문국현 사장이 물러난 이후 주주배당 확대, 로열티(기술사용료) 증액 등의 요구를 본격화했다. 유한은 유한킴벌리의 미래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재원 확보를 이유로 반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유한킴벌리의 배당금을 보면 2007년까지는 연간 700억원 수준에 그쳤지만, 2008~2011년 4년간 연평균 배당금은 1.6배인 111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도 2007년까지는 70% 안팎에 그쳤으나, 2008~2011년 4년간은 평균 94.4%에 이른다. 킴벌리클라크의 기술을 사용하는 대가인 로열티도 매출액의 2% 수준에서 점점 높아져 2010년부터는 2.45%로 뛰었다. 2011년에는 로열티가 처음으로 300억원을 넘어섰다.

유한양행 쪽 관계자는 “전임 문국현 사장 시절에는 뛰어난 경영실적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킴벌리클라크의 요구를 제어할 수 있었지만, 문 사장이 물러나자 킴벌리클라크는 제1대주주 지위를 앞세워 ‘유한킴벌리 이익 빼가기’를 노골화했다”고 말했다. 킴벌리클라크는 북아시아본부의 운영비 분담도 요구했다. 2009년에는 이사회 승인도 없이 20억원의 분담금을 불법인출했다가 반납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킴벌리클라크와 유한양행은 지난해 주총에서도 분담금 불법인출의 책임자인 아찰 킴벌리클라크북아시아본부 사장의 유한킴벌리 이사 선임으로 갈등을 빚었다. 결국 아찰 사장의 사임으로 양쪽은 갈등을 봉합했지만, 결국 1년 만에 정면대결로 치닫게 됐다.

킴벌리클라크는 유한킴벌리 지분이 70%로, 유한양행(30%)의 두배를 넘어 지분만 놓고 보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다. 하지만 그동안 양쪽은 쌍방 호혜에 기반한 합작정신을 존중해서 합의로 의사결정을 해왔다. 유한킴벌리 이사회 구성은 그 상징과도 같다. 그동안 유한킴벌리 이사 7명은 킴벌리클라크가 4명을, 유한이 3명을 각각 선임해왔다. 또 사장은 유한이 지명한 이사 중에서 임명했다. 유한킴벌리는 이를 바탕으로 사실상 소유-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체제를 유지했다. 전임 문국현 사장이 13년간이나 최고경영자를 맡으며 유한킴벌리를 국내 1위 생활용품업체로 키워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기업문화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유한은 킴벌리클라크의 이사 선임비율 변경 추진에 대해 “지난 40여년간 쌍방 호혜에 기반한 합작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주장한다. 유한은 킴벌리클라크에 맞서 현 최규복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임시주총에 올렸다. 유한 쪽 관계자는 “최 사장은 원래 유한이 선임한 이사인데, 그동안 유한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고 오히려 킴벌리클라크 편을 들었다”며 “또 최 사장이 부임한 2010년 이후 회사의 경영실적이 계속 부진한 데 대한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최규복 사장이 부임한 이후 매출액 증가율과 이익률이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유한은 그동안 대화를 통한 해결을 시도했으나 킴벌리클라크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한 쪽 관계자는 “킴벌리클라크가 협상 의지나 진정성이 보이지 않아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킴벌리클라크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식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최규복 사장도 “주주들이 원만한 합의를 보았으면 좋겠다”며 원칙적 입장만 나타냈다.

법원이 유한양행의 가처분신청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법원이 유한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임시주총에서 양쪽의 정면충돌이 벌어질 경우 유한킴벌리는 지난 40여년간 쌓아온 좋은 이미지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유한킴벌리는 그동안 윤리경영·인간중심경영을 바탕으로 한 사회책임경영과 모범적인 합작경영을 통해 대표적인 존경받는 기업,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혀왔다. 또 당면한 경제위기와 맞물려 국내 생활용품시장 1위 자리 수성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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