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앞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서울 강남구 서초삼성사옥에서 열린 ‘2010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이회장, 유산소송 막말공방 이후
출근길 일문일답 1년만에 사라져
여론 의식해 이미지 회복에 방점 이 사장, 경영 관련 적극 행보
삼성전자 수뇌부 회의 주재 등
등기이사 앞당겨질 가능성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출근길 일문일답’이 1년 만에 사라졌다. 지난 4월24일 아침 출근길에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현관에서 유산 소송중인 형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을 두고 “퇴출된 양반”, “‘건희, 건희’ 할 상대가 아니다”라며 극한 감정을 드러낸 게 끝이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8일 “앞으로 이건희 회장이 출근길에 기자들 앞에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이른바 ‘출근경영’을 시작한 이 회장은 매주 화·목요일 아침 출근길에 종종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왔다. 하지만 마지막 일문일답 뒤 이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3주 동안 유럽 출장을 다녀온 뒤 지하 주차장을 통해 출퇴근하고 있다. 출근시간도 아침 6시30분 안팎으로 앞당겨졌다. 또다른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매주 기자들과 하는 일문일답 때문에 ‘리스크’가 있었는데도 주변에서 감히 (하지 말라고) 고언을 하지 못했는데, 유럽 출장 전후로 비서팀장이 총대를 멨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 회장의) 출근이 빨라지고 있지만 이것이 기자들을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막말 공방으로 악화된 이 회장의 이미지 회복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이미 유산소송 재판이 진행중이고 사회적으로 재벌개혁·경제민주화 바람이 부는데다 3세 승계도 탈 없이 마무리해야 하므로, 여론에 더욱 신경써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유럽 출장 직후 미래전략실장을 김순택 부회장에서 최지성 부회장으로 교체했고, 이 회장은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지난달 14일 이 회장이 직접 삼성물산 페루 헬기 추락사고 희생자 조문에 나선 것도 이례적이었다. 지난해 12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빈소에는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이 회장을 대신해 조문했다. 이 회장이 계열사 임직원들과 함께하는 점심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참석자를 공모한 것도 눈길을 끈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프로필 사진도 새로 찍어 언론사들에 돌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2010년 오랜만에 프로필 사진을 교체한 뒤 이번에 2년 만에 다시 찍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경영과 관련해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달 29일 베트남 휴대전화 공장에서 삼성전자 수뇌부는 물론, 삼성전기·삼성에스디아이(SDI)·제일모직 등 9개 계열사 간부 240여명이 참석한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지난 5월에는 폴크스바겐의 마르틴 빈터코른 회장을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이 사장이 올해 안에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해 등기이사를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일각에서는 최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가 새로 출범한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겸임한 것도 이 사장의 조기 승진 가능성의 한 근거로 해석한다. 삼성그룹 내 규모 1, 2위인 두 기업을 한 사람이 맡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삼성그룹 임원 인사는 연말에 이뤄져 왔으나, 최근 미래전략실장 교체처럼 수시인사도 단행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사장의 승진 여부와 권 부회장의 대표이사 겸임은 관계가 없다”며 “대표이사이지만 사업부 체제이므로 업무량이 불가능할 정도로 과중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출근길 일문일답 1년만에 사라져
여론 의식해 이미지 회복에 방점 이 사장, 경영 관련 적극 행보
삼성전자 수뇌부 회의 주재 등
등기이사 앞당겨질 가능성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출근길 일문일답’이 1년 만에 사라졌다. 지난 4월24일 아침 출근길에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현관에서 유산 소송중인 형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을 두고 “퇴출된 양반”, “‘건희, 건희’ 할 상대가 아니다”라며 극한 감정을 드러낸 게 끝이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8일 “앞으로 이건희 회장이 출근길에 기자들 앞에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이른바 ‘출근경영’을 시작한 이 회장은 매주 화·목요일 아침 출근길에 종종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왔다. 하지만 마지막 일문일답 뒤 이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3주 동안 유럽 출장을 다녀온 뒤 지하 주차장을 통해 출퇴근하고 있다. 출근시간도 아침 6시30분 안팎으로 앞당겨졌다. 또다른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매주 기자들과 하는 일문일답 때문에 ‘리스크’가 있었는데도 주변에서 감히 (하지 말라고) 고언을 하지 못했는데, 유럽 출장 전후로 비서팀장이 총대를 멨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 회장의) 출근이 빨라지고 있지만 이것이 기자들을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막말 공방으로 악화된 이 회장의 이미지 회복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이미 유산소송 재판이 진행중이고 사회적으로 재벌개혁·경제민주화 바람이 부는데다 3세 승계도 탈 없이 마무리해야 하므로, 여론에 더욱 신경써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유럽 출장 직후 미래전략실장을 김순택 부회장에서 최지성 부회장으로 교체했고, 이 회장은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지난달 14일 이 회장이 직접 삼성물산 페루 헬기 추락사고 희생자 조문에 나선 것도 이례적이었다. 지난해 12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빈소에는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이 회장을 대신해 조문했다. 이 회장이 계열사 임직원들과 함께하는 점심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참석자를 공모한 것도 눈길을 끈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프로필 사진도 새로 찍어 언론사들에 돌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2010년 오랜만에 프로필 사진을 교체한 뒤 이번에 2년 만에 다시 찍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경영과 관련해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달 29일 베트남 휴대전화 공장에서 삼성전자 수뇌부는 물론, 삼성전기·삼성에스디아이(SDI)·제일모직 등 9개 계열사 간부 240여명이 참석한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지난 5월에는 폴크스바겐의 마르틴 빈터코른 회장을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이 사장이 올해 안에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해 등기이사를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일각에서는 최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가 새로 출범한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겸임한 것도 이 사장의 조기 승진 가능성의 한 근거로 해석한다. 삼성그룹 내 규모 1, 2위인 두 기업을 한 사람이 맡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삼성그룹 임원 인사는 연말에 이뤄져 왔으나, 최근 미래전략실장 교체처럼 수시인사도 단행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사장의 승진 여부와 권 부회장의 대표이사 겸임은 관계가 없다”며 “대표이사이지만 사업부 체제이므로 업무량이 불가능할 정도로 과중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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