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서 평균 10.7% 인상 의결
정부, 물가상승 우려 부정적 입장
정부, 물가상승 우려 부정적 입장
“누적적자와 원가회수율,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액주주 소송 등을 고려했을 때 무조건 인상안을 낮게 정할수 없었다”(한국전력 이사회 관계자)
“한전 이사회의 요금 인상안은 그동안 서민생활 안정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과 상당히 배치되는 결정으로 판단한다”(지식경제부 관계자)
한국전력이 9일 이사회를 열고 전기요금을 평균 10.7%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인상 폭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한을 쥐고 있는 정부는 물가상승 우려와 산업계의 반발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전 이사회는 이날 오전 삼성동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평균 10.7%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의결했다. 또 현재 시행 유보중인 연료비연동제를 반영해 6.1%는 미수금 형태로 보전받기로 의결했다고 전했다. 연료비 연동제는 전력생산 연료비 변동을 반영해 연료비가 기준보다 올랐으면 추가 요금을 내고 내려가면 그만큼 덜 내게 하는 제도로, 한전은 연료비가 저렴했던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올해 연료 인상에 따른 요금을 추후에 받으려는 입장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16.8%의 요금 인상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부는 물가 상승 우려, 산업경쟁력 약화 등을 이유로 4% 안팎의 인상률이 적당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한전은 지난달 8일 지경부에 제출한 13.1%의 인상안이 반려된 뒤 한 달 만에 두자릿수 인상안을 제출했다.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상안을 제출한 한전 이사회 쪽은 “낮은 원가회수율로 4년간 8조원이 넘는 누적적자가 발생한 것을 고려했을 때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한전은 김쌍수 전 한전 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액주주들의 소송도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 8월 한전 주주들은 김 전 사장이 전기요금을 제대로 올리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고, 올해 1월 같은 이유로 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정부는 바로 한전 이사회의 인상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관섭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이날 “물가안정, 서민생활안정, 산업경쟁력 유지를 위한 그간 정부의 노력과 배치되는 결정으로 본다”며 “한전의 이번 인상안은 정부 가이드라인과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전이 제출한 전기요금 인상안은 관계부처와의 논의와 지경부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8월 4.5%, 12월 4.9% 인상돼 평균 9.4% 올랐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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