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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시행사 겸 채권자’ 맥쿼리의 상술

등록 2012-07-12 19:06수정 2012-07-17 10:19

맥쿼리가 맥쿼리에 돈 빌려준꼴
고리 후순위대출로 투자금 회수
자본잠식 시행사는 법인세 감면
지난 10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광주광역시와 광주순환도로투자㈜가 벌여온 법적 다툼에서 광주시의 손을 들어준 건 고리의 후순위채(대출) 때문이었다. 광주 제2순환고속도로 1구간 사업 시행자인 광주순환도로투자㈜는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노하우(비법)를 지닌 맥쿼리인프라펀드가 100% 지분을 지닌 회사다. 광주순환도로투자㈜는 광주시와 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한 지 3년 만에 후순위 대출로 320억원을 주주인 맥쿼리인프라로부터 빌려왔다. 이자율은 무려 20.0%였다. 5년만 지나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고금리다.

맥쿼리인프라의 ‘연간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투자 자산의 후순위 대출 비중은 8894억원으로 전체 자본의 50.3%나 된다. 30여년에 걸친 기간 동안 최소운영수입보장(MRG)으로 부도날 염려가 없는데도 민자사업자들은 왜 고리의 후순위채를 끌어다 쓸까?

후순위채는 회사를 청산하면서 ‘빚잔치’를 할 때 돈 받는 차례가 늦다. 돈을 떼일 염려가 큰 탓에 금리는 높다. 민자사업자들은 이런 후순위채로 ‘마술’을 부린다. 마술의 첫번째 ‘비법’은 후순위 대출을 해주는 쪽(대출자)과 받는 쪽(사업시행자)이 사실상 한몸이라는 데 있다. 후순위 대출은 통상 민자 사업시행자의 주주(예 맥쿼리인프라)가 투자지분 비율에 따라 사업시행자(광주순환도로투자㈜)에 대출해준다. 고리의 대출금을 상환하느라 시행사는 ‘깡통기업’으로 전락하더라도, 주주이면서 동시에 대출 채권자는 높은 이자를 챙길 수 있다.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금을 배당으로 회수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사업시행자의 비용으로 처리되는 후순위채 이자는 이 회수기간을 크게 줄여준다. 이게 바로 후순위 마술의 두번째 비밀이다. 회수 시점이 빨라진다는 것은 투자 수익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맥쿼리인프라 관계자는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에 따라 2004년부터 정부와 자금 재조달 이익을 절반씩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순위채의 세번째 비밀은 민자 사업자들이 누리는 이익 중 법인세 회피 부분이다. 사업시행자가 고속도로를 잘 운영해 수익을 남기면 법인세를 내야 한다. 이와 달리 후순위채 이자는 전액이 손비(비용)처리 된다. 광주 제2순환고속도로 1구간 사업의 경우 애초 실시협약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06~2009년 177억원의 법인세 비용이 발생했지만, 자금 재조달 이후 한푼도 내지 않았다. 지난해 이를 지적한 감사원은 “민자사업자 12곳이 법인세 절감 목적으로 주주로부터 높은 이자율로 금전을 차입해 그 이자를 손비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세당국은 아직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과세가 가능하다는 태도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상 시장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금리로 법인이 특수관계인인 주주에게 더 많은 돈을 줬다면 이자를 모두 비용으로 인정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도 후순위채 등의 이자율이 적정한지 여부를 따져 법인세 부과 방안을 마련하라고 국세청에 통보한 바 있다. 한 민자사업체 관계자는 “법인세를 회피하려고 한 게 아니라 후순위 차입에 대한 감사원과 국세청 등 정부의 입장이 오락가락해왔다”며 “명확한 방침만 정해줄 경우 그에 따라 세무신고를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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