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기존 계약자들과 갈등에
‘청약률 부풀리기’ 논란도
‘청약률 부풀리기’ 논란도
수도권 부동산시장 불황이 깊어지면서 아파트 한 채라도 더 빨리 털어내기 위한 건설사들의 마케팅이 뜻밖의 부작용을 낳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미분양 주택에 대한 가격 할인이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을 불러오는가 하면, 청약자를 위한 사은 행사가 ‘청약률 부풀리기’ 논란에 휩싸여 있기도 하다.
동양건설산업은 최근 경기 남양주시 호평동 ‘호평파라곤’ 아파트 입주예정자 중 부당이득 반환 및 계약해지 소송을 내고 입주를 거부했던 300가구에 대해 소송취하 조건으로 분양가의 22%를 내려주기로 했다. 또 계약이 해지된 아파트에 대해서는 23% 가격 할인율을 적용한 ‘떨이 분양’에 나섰다.
이에 기존 입주자 700여가구는 건설사가 임의로 계약자를 차별 대우하는 것은 불공정 행위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입주자 비상대책위원회 쪽은 “할인 분양 탓에 아파트 거래는 끊겼고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일부 입주자들은 집이 경매에 넘어가 살던 집에서 쫓겨날 판”이라고 밝혔다.
남양주 호평파라곤 아파트(전용 84~281㎡ 1275가구)는 지난 2007년 인기리에 분양돼 지난해 1월 완공됐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침체 여파로 입주 때 시세는 분양가(3.3㎡당 900만~1200만원) 아래로 떨어졌고 부실시공 하자도 발견됐다. 이에 계약자들이 소송에 나섰고 700여명의 계약자들은 회사쪽이 내놓은 중도금 이자비용 지원, 취득세 50% 지원 등 ‘입주촉진 지원 대책’을 받아들고 지난해 3월 입주한 바 있다.
롯데건설은 청약률 부풀리기 시비에 곤경에 처해있다. 이 회사는 최근 경기 김포한강새도시 아파트 분양에서 3순위 청약자에게 사은품을 제공해 규제 완화 방침에 기댄 ‘청약률 부풀리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롯데건설이 이달 초 공급한 ‘김포한강 롯데캐슬’(전용 84~122㎡ 1135가구)은 3순위 청약에 1589명이 신청해 평균 1.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률이 저조한 편인 김포한강새도시에서 중대형 아파트가 순위 내 마감된 것은 2009년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그러나 1·2순위 청약에서는 36명만 신청하는 초라한 성적을 낸 뒤 3순위에서 1500여명을 동원할 수 있었던 것은 청약금을 10만원으로 대폭 낮추고 청약자에게 3만원짜리 상품권을 사은품으로 지급했기 때문이었다. 청약금은 청약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받았다가 낙첨되면 돌려주는 돈으로,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일반적으로 100만원 정도에서 책정되며 10만원은 이례적이다.
이런 마케팅이 가능했던 데는 정부의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 폐지 방침이 도움을 줬다. 과거에는 수요자가 3순위 청약에 당첨되면 계약 여부에 관계없이 1회 당첨으로 간주돼 1~5년간 다른 주택에 재당첨이 제한됐으나 지난 ‘5·10 주택거래 정상화 대책’에 따라 8월 말부터는 이런 제약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즉 3순위 청약 당첨자는 상품권만 받고 계약을 포기해도 이후 다른 아파트를 청약하는 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3순위 청약률은 업체의 마케팅이 만든 ‘허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