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금리 결정 10개 증권사와 ‘큰손’ 은행들 조사
시중금리 견줘 CD금리만 높은 수준…의혹 불거져
‘한국판 리보 조작’ 드러날 땐 은행 ‘이자 장사’ 된서리
시중금리 견줘 CD금리만 높은 수준…의혹 불거져
‘한국판 리보 조작’ 드러날 땐 은행 ‘이자 장사’ 된서리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은행들이 발행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의 짬짜미(담합)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영국 바클레이스은행 등 대형 은행들의 리보금리(런던금융시장에서 결정되는 초단기 금리) 조작 파문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큰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한국판 금리 조작 사건’으로 비화될지 주목된다.
17일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공정위는 최근 금융투자협회와 주요 증권사들에 시디 금리 결정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이미 넘겨받은 일부 자료에 대해선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분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개월 만기의 무기명증권인 시디는 은행의 단기자금 조달 수단으로, 대출금리의 기준지표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의 수익성(예대마진)은 물론 가계나 기업의 대출이자 부담에도 곧장 영향을 미친다. 현재 가계대출 잔액의 약 30%인 300조원가량이 시디 연동형 상품이다.
공정위는 은행과 증권사들이 시디 금리를 높게 유지할 목적으로 서로 짬짜미하지 않았는지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금융권에선 시디 금리 담합 의혹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어 왔다. 다른 시중금리에 견줘 시디 금리만 안정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시중 장기금리의 지표로 쓰이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 견줘 시디 금리의 하방 경직성은 두드러진다. 17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마감금리는 2.92%로 지난달 말보다 0.38%포인트 떨어진 반면에 시디 금리는 3.25%로 같은 기간 0.29%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이후에도 시디 금리의 하락 폭은 0.19%포인트에 불과하다. 시디 금리는 특히 4월9일부터 7월11일까지 3개월 이상 3.54%에서 꿈쩍도 않은 채 머물러 있었다. 담합 의혹이 거세진 배경이다.
시디 금리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해 당사자인 시중은행이나 이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증권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시디 금리는 신용등급이 우량한 7개 시중은행이 발행하면 10개 증권사가 각각 금리를 매겨 금투협에 제출한 수치 가운데 최고 및 최저치를 제외한 8개 수치의 평균값으로 결정된다.
시디 발행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도 조작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때 은행의 전체 수신자산 가운데 20% 이상을 차지했던 시디는 2010년부터 급격하게 발행 물량이 줄고 있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은행의 자금조달 여건도 좋아져 상대적으로 시디의 매력이 떨어진 것이다. 6월 말 현재 전체 예금은행의 시디 발행잔액은 27조6000억원으로 수신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2.4%다.
증권업계에선 짬짜미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담합할 유인이 전혀 없다”며 “터무니없는 주장”이라 말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워낙 시디 거래가 안 돼 지표금리를 변경해야 할 상황”이라며 “금융위를 중심으로 티에프가 구성돼 개선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이재명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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