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전경련 회장·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연이어 비판
‘경기악화→투자 활성화 필요→개혁 보류’ 주장 강조할듯
‘경기악화→투자 활성화 필요→개혁 보류’ 주장 강조할듯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재계가 유럽 위기 등으로 인한 수출·투자·경제성장 등 3대 부진을 부각시키며 개혁의 발목을 잡으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기 시작해 귀추가 주목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9일 국내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7월 실적치와 8월 전망치가 각각 82.1과 82.7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3월 이래 최악이라고 발표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기업인의 체감경기를 지수화한 것으로, 지수가 100 미만이면 긍정적 경기전망보다 부정적 경기전망이 더 우세하다는 뜻이다.
전경련은 유럽 위기 심화, 중국 경제의 경착륙, 미국 경제의 부진 등이 겹치면서 한국의 수출·투자·성장이 동반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7%에 그쳤다. 2분기 성장률도 전년 동기 대비 2.4%로 부진하다. 연간 전체로 3%에 못미쳐, 2009년 이후 가장 낮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6.4%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재계는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경제민주화와 재별개혁을 추진하는 게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위험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지난 25일 제주포럼 개회사에서 “최근 세계경제는 매우 어려운 침체국면을 맞고 있다”며 “지난 50년간 1·2차 오일쇼크,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금융위기를 이겨냈지만, 만일 우리가 시간과 힘을 낭비한다면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 회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정치권이 추진하는) 경제민주화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고 정면 비판했다. 대한상의 손경식 회장도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를 살리는데 19대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면서 “규제·조세·노동에서 정책이 급변하지 않고 예측가능해야 기업의 투자와 고용 의욕이 줄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제5단체는 8월에 회장단회의를 열어 투자를 가로막는 애로요인을 논의하고 정부에 건의하는 등 목소리를 더 높일 계획이다. 전경련의 한 임원은 “대기업의 투자가 상반기 중에는 계획대로 추진됐으나 하반기 들어 대외 경제환경 악화와 경제민주화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지연되고 있다”며 ‘경기 악화→투자 활성화 필요→개혁 보류’ 주장을 본격화할 뜻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한국 경제가 외부 경제난에 취약한 큰 이유는 재벌 위주 경제구조 탓에 중소·중견기업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현재의 경제난은 오히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반증해준다고 지적한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는 “과거 노무현 정부가 재벌개혁을 공약했으나 집권 초기 경제가 어렵다고 개혁을 포기하고 법인세 감세 등 단기 부양책을 선택한 결과, 양극화 심화와 성장잠재력 저하를 초래한 뼈아픈 경험을 잊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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