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1~14일 지식경제부와 코트라가 주최한 ‘아프리카 비즈니스 위크’에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7개국 관계자들이 참석해 한국 기업들과 교류를 확대할 뜻을 밝히고 있다. 코트라 제공
신한항업·환성가구 등 케냐 개발붐 타고 급성장
코트라 “한국-케냐 1964년 수교뒤 최대 호황기”
코트라 “한국-케냐 1964년 수교뒤 최대 호황기”
지난 7월16일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한 호텔에서 코트라 주최로 열린 ‘경기도 아프리카 무역사절단’ 행사장. 친환경 농자재 전문업체인 고려바이오의 남명흔 해외영업팀장은 밀려드는 케냐 바이어들과 상담하느라 진땀을 뺐다.
농업국가인 케냐는 커피와 차뿐만 아니라 화훼 수출로도 유명하다. 장미 등 원예작물 수출이 케냐 총수출의 21.4%로, 커피나 차(20.8%)보다 많다. 수입국은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다. 하지만 유럽이 최근 화학농약 사용 기준을 강화해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의 바이오농약을 수입해 사용해봤지만 품질이 떨어져 유럽의 통관에서 자꾸 걸려서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케냐의 한 원예업자는 ‘최적의 파트너’를 찾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1997년 설립된 고려바이오는 직원 30명의 중소기업이지만, 2010년 10월부터 국내 최초로 바이오농약인 ‘슈퍼스타’ 등을 인도·중동·유럽 지역에 해마다 100만달러어치씩 수출하고 있다. 김영권 고려바이오 대표는 “처음에는 망설임이 있었는데 이제 아프리카 시장 진출 성공에 확신을 얻었다”고 밝혔다.
한국 중소기업들이 아프리카 시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유럽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지자, 새로운 시장인 아프리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6월21일부터 대한항공이 동부 아프리카의 관문인 나이로비에 직항 노선을 열면서 비행시간이 13시간으로 단축되는 등 비즈니스 환경도 한층 좋아졌다. 서강석 코트라 나이로비무역관장은 “케냐와 1964년 수교한 이후 한국 국무총리가 처음으로 방문하고 우리 무역사절단이 한달에 서너차례씩 찾아오는 등 최대 호황기”라고 말했다. 지난 22일까지 한달 동안 대한항공 직항편을 이용한 승객은 2540명에 이른다.
특히 율리우스 쾨리르 케냐 투자청장은 “한국 정부와 기업이 성공적인 산업화 등 개발경험을 나눠주길 강력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케냐가 중진국에 진입하려고 추진중인 ‘라무항 지역 종합개발’의 밑그림인 수치지형도(1:5000) 제작사업을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에 맡긴 것도 이런 속내다. 케냐 정부는 제1항구인 몸바사항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라무항과 그 주변지역 500㎢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 지역은 남수단의 석유와 에티오피아의 전력을 케냐로 이끌어오는 관문 구실을 맡을 예정이다.
개발에 앞서 케냐 국토부는 지리정보시스템(GIS)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지도를 제작하길 원했다. 이에 코이카는 지난해부터 3년간 이 사업에 25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최문정 코이카 케냐사무소 소장은 “국내 기업이 아프리카 현지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개발사업의 밑그름을 미리 파악해 다른 기업들의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신한항업 직원 8명이 케냐 국토부에 파견돼 지도 관련 규정을 만들고 현지 공무원들과 업무를 함께 하고 있다. 에반더스 문디아 케냐 국토부 측량국장은 “한국의 정보기술력에 놀랐다. 휴대전화를 활용한 내비게이션 기술도 도입하고 싶다”고 밝혔다. 케냐의 전체인구 4000여만명 가운데 2300여만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휴대전화로 은행업무를 보는 등 그 활용도도 다양하지만, 내비게이션 기능은 없다.
케냐 가구업계 1위인 ‘환성가구’는 은행원 출신인 장재영(53) 사장이 키워낸 한국인 기업이다. 부산대 상과대를 졸업한 뒤 외국계 은행에서 일하던 그는 우간다 환성그룹을 거쳐 2004년에 케냐에 뛰어들었다. 장 사장은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아프리카 기업의 속성을 역으로 이용해 엉뚱하고 무리한 고객의 요구도 ‘투자’라고 생각하고 들어줬다. “품질은 물론 서비스까지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타운하우스와 대형 아파트의 붙박이장은 환성가구가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
남다른 서비스로 아프리카 시장을 파고든 또다른 기업은 엘지(LG)전자다. 케냐는 한국의 3배 가까운 면적이지만 전자업체가 서비스센터를 제대로 설립하지 않는다. 이에 엘지전자는 주요 도시를 돌아다니는 ‘애프터서비스 버스’를 아프리카 지역 17개국에서 25대를 운영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나이로비/글·사진 정은주 <한겨레21>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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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1일부터 나이로비에 직항편을 띄운 대한항공이 현지에 옥외광고를 걸었다.
케냐 가구업계 1위인 환성가구를 2004년에 설립한 한국인 장재영 사장이 나이로비 외곽지대인 몸바사 로드에 자리한 가구공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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