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첫 아이폰 디자인 작업 참여
니시보리 증인으로 채택해야” 요구
애플 “삼성 파트너 구글 엔지니어
배심원 후보 제외를”…법원 수용
니시보리 증인으로 채택해야” 요구
애플 “삼성 파트너 구글 엔지니어
배심원 후보 제외를”…법원 수용
“모두(첫머리) 변론에서 스티브 잡스의 사진을 활용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삼성전자 쪽 변호인)
“삼성전자가 모두 변론에 아이폰이 소니 디자인에서 온 것이라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애플 쪽 변호인)
세계 스마트폰 업계 1·2위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침해 관련 본안소송 첫 심리가 30일(현지시각)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 1호 법정에서 루시 고 판사 주재로 열렸다. 드디어 본 경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날 양쪽은 배심원·증인 채택부터 다음날로 예정된 ‘모두 변론’ 내용까지 첫날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 정보기술 매체 <와이어드> 등 외신들은 이날 재판에서 애플 쪽 변호인이 배심원 후보자 중 구글 엔지니어를 제외시켜 달라고 재판장한테 요구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사업파트너인 구글의 안드로이드 개발자는 공정할 수 없다는 게 애플 쪽 주장이다. 결국 그는 제외됐다. 삼성전자는 최초 아이폰 디자인 작업에 참여한 애플 전 디자이너 신 니시보리를 증인으로 소환할 것을 요구했다. 2006년 애플이 디자이너들에게, 일본 전자업체 소니의 휴대전화를 참고해서 아이폰을 디자인하도록 지시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아이폰 또한 고유한 디자인이 아니므로 애플이 디자인 특허를 주장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기 위해 밟는 수순이다. 그러나 니시보리는 현재 재판이 열리고 있는 새너제이에서 2000마일(약3219㎞) 떨어진 하와이에 체류중이며 건강 상태가 나빠서 재판에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 등을 변호사를 통해 전달했다.
본안심리 재판은 최소 4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이 기간에 법원은 애플이 보유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특허를 삼성전자가 침해했는지 심리한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특허를 침해해 25억2500만달러(약 2조900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쪽 모두 재판에서 지면 엄청난 손해배상과 회사 이미지 실추를 각오해야 한다.
두 라이벌이 특허 분쟁을 통해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키는 동안, 업계 3·4위인 핀란드의 노키아와 대만의 에이치티시(HTC)는 공장을 폐쇄하고 지역 사무소를 철수시키는 등 ‘체급 조절’에 나서, 대조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디시(IDC) 자료를 보면, 지난 2분기 노키아와 에이치티시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각각 6.6%, 5.7%로 전년 대비 8.8%, 5% 떨어졌다. 노키아는 지난 6월 전체 직원의 20%인 1만명을 내년 말까지 줄이기로 하고, 최근 핀란드에 남은 마지막 공장마저 폐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치티시 또한 6월 브라질 사무소에 이어, 최근 한국 사무소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삼성과 애플 양자 구도가 굳어지면서 나머지 휴대전화 업체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스마트폰 업계에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진영의 ‘대표주자’로서 애플의 라이벌로 올라설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 중 하나로 ‘특허전쟁’을 꼽는다. 애플과의 특허분쟁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삼성 스마트폰이 갖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콘텐츠가 다른 안드로이드폰보다 월등히 뛰어난 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대표주자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마케팅이 뛰어나고, 애플과의 특허전쟁을 통해 인지도를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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