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코트라 공동기획] 2. 부동산 거품·지방정부 부채 ‘경고등’
단칸방 월세가 서민 월급 맞먹어…중, 부동산 규제 ‘고삐’
단칸방 월세가 서민 월급 맞먹어…중, 부동산 규제 ‘고삐’
베이징시 차오양구 주택가 근처 발안마가게에서 일하는 샤오링(24)은 가게에서 숙식을 한다. 그는 허베이성 스좌장 출신으로, 학교는 장쑤성 닝보에서 다녔고, 졸업 후 그 곳 미용실에서 일하다 지난해 베이징에 올라왔다. 가게에서 새우잠을 자며 꼬박 한달을 일하면 2000∼3000위안(한화 36만∼54만원) 정도를 손에 쥔다. 방값이 비싸 방은 따로 구할 엄두를 못낸다. 방하나를 얻어도 2000위안은 줘야 하고, 자그마한 지하방도 600위안(약11만원)을 줘야 한다.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오른다.
“버블 곧 붕괴” 위기론
4조위안 경기부양뒤 가격 치솟아
대도시 집값 소득대비 세계 최고
거품빠지기 전 미국과 같은 수준 “충분히 통제” 안정론
중 정부, 부동산시장 장악력 강해
규제책 내놓자 완만한 하락세로
“주택수요 잠재력도 충분” 주장도 그는 빈부 차이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거주할 방 한칸이 없는데, 근처 아파트는 100㎡가 300만위안(5억4000만원)을 웃돈다. 샤오링은 “집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여러 채를 갖고 있고, 공무원들은 다 부자다”며 “빈부 차이는 부패 때문이고 문제가 많지만 우리가 뭘 어쩌겠는가”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샤오링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현재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것 중 가장 큰 문제는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 부동산 거품과 이와 연관된 지방정부 부채다. 미국과 스페인, 그리스도 부동산 거품이 경제 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부동산 경기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지, 연착륙할지를 가르는 최대변수로 거론된다. 최근 부동산 투자 둔화는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3년만에 8% 이하로 떨어진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중국 대도시의 주택가격은 소득 대비 세계 최고수준이 된 지 오래다. 얼마전 중국에선 “농부가 집을 사려면 ‘당나라’ 때부터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고, 노동자가 집을 사려면 ‘아편전쟁’ 때부터 일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유행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초거대 도시의 사정은 더 심하다. 상하이 중심가인 신텐디의 고급 아파트 매매가는 한 때 서울의 강남 타워팰리스보다 훨씬 비싼 ㎡당 15만위안(약 2700만원)까지 올랐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4조위안에 달하는 경기부양 자금이 흘러들면서 중국 부동산값은 다시 치솟았다.
베이징의 경우, 2009년 한 해에만 인기 주거단지 50곳 중 40곳이 50%이상 올랐으며, 그 중 6곳은 100% 가까이 올랐다. 엘지(LG)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베이징(13.5), 샤먼(14.1), 선전(12.2) 등 주요 대도시의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이 10을 훌쩍 넘었다. 이는 미국에서 부동산 버블이 한창일 때 인기 지역들과 맞먹는 수준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을 보면, 주택가격 비율은 3∼6선이 안정적이며, 6 이상은 버블 위험이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 정부가 부동산투기 억제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부동산 구매자격 제한, 대출한도 강화, 세금 인상 등 당국의 잇따른 규제책이 효과를 보이면서, 지난해부터 중국 부동산 가격은 완만한 하락 추세를 보였다. 이렇게 되자 이번에는 경착륙 우려가 나왔다.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앤디시에 박사는 “중국 부동산에는 상당한 거품이 형성돼 있으며, 올해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블 붕괴론의 핵심은 인프라 및 부동산 부문을 중심으로 대규모 경기부양을 시행한 결과 집값에 과도한 거품이 발생했으며, 이 거품이 꺼지게 된다면 부동산 개발에 의존해 온 지방정부 재정 부실과 은행 및 가계 부실로 국가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달리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아직은 국지적 현상이며,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엘지(LG)경제연구원 베이징분원의 이철용 연구위원은 “중국 중앙정부는 개발용 토지 공급권을 틀어쥐고 지방정부를 통제할 수 있고, 창구지도를 통해 부동산 금융의 규모와 배분을 좌우할 수 있는 등 시장 장악력이 강해 부동산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전체가 심각한 상태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투기 행위와 거품이 국지적으로는 존재하며, 이 때문에 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는 게 문제라는 것이 중국정부와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국은 앞으로 거점 대도시 주변에 인구 100만명 이상의 위성도시를 대대적으로 건설해 저소득 농촌 인구를 흡수할 계획이다. 또 중국 가계의 가처분 소득 증가율이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점과 노후주택을 팔고 새집으로 옮겨가려는 수요가 30%나 된다는 점, 부모·조부모·외조부모로부터 동시에 재정적 지원을 받는 ‘바링허우 세대’(1980년 이후 출생한 신세대)가 결혼적령기에 이른 점 등 주택의 잠재적 수요도 연착륙의 근거로 꼽힌다.
최근 들어선 부동산 경기에 세수와 경제성장률을 의존하고 있는 지방정부들이 슬그머니 규제를 완화하면서 다시 부동산 가격이 고개를 드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조사업체인 소우펀홀딩스 산하 중국지수연구원은 7월 평균 주택가격이 전달 대비 0.3% 상승한 ㎡당 8717위안을 기록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지난해 9월 이후 이어져온 하락세가 지난 6월 10개월만에 상승으로 돌아선 뒤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중국 정부는 지난달 19일 긴급 고지를 내 지방정부에 부동산 규제 정책을 엄격히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또 최근 지방에 부동산 억제 감찰단을 보내는 등 부동산 통제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베이징/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녹차라떼’ 공포…2500만명 식수원 뒤덮었다
■ ‘도마의 신’ 양학선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 인천시, 말많은 ‘맥아더동상 보수’ 6천만원 지원
■ 머리맡 스마트폰의 유혹 못떨치는 당신은 ‘불면증’
■ [화보] 양학선이 보여주는, 이것이 바로 ‘양학선’!
4조위안 경기부양뒤 가격 치솟아
대도시 집값 소득대비 세계 최고
거품빠지기 전 미국과 같은 수준 “충분히 통제” 안정론
중 정부, 부동산시장 장악력 강해
규제책 내놓자 완만한 하락세로
“주택수요 잠재력도 충분” 주장도 그는 빈부 차이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거주할 방 한칸이 없는데, 근처 아파트는 100㎡가 300만위안(5억4000만원)을 웃돈다. 샤오링은 “집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여러 채를 갖고 있고, 공무원들은 다 부자다”며 “빈부 차이는 부패 때문이고 문제가 많지만 우리가 뭘 어쩌겠는가”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부동산 경기는 중국경제의 연·경착륙을 결정짓는 요인이자 서민들의 가장 큰 불만이기도 하다.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부동산 매물 안내판 앞에서 중국인 남녀가 가격표를 보고 있다.
■ ‘녹차라떼’ 공포…2500만명 식수원 뒤덮었다
■ ‘도마의 신’ 양학선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 인천시, 말많은 ‘맥아더동상 보수’ 6천만원 지원
■ 머리맡 스마트폰의 유혹 못떨치는 당신은 ‘불면증’
■ [화보] 양학선이 보여주는, 이것이 바로 ‘양학선’!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