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인천 옹진군 영흥면에 위치한 영흥화력발전소의 중앙제어실에서 직원들이 모니터의 수치를 보며 전력 생산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현장] 폭염에 비상 걸린 영흥화력발전소
수도권 전력 20% 공급 책임
전력난에 1~4호기 24시간 풀가동
수급 차질 빚을까 조마조마
내부 소등·석탄하역기 작동도 최소화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을 달려 대부도와 선재도를 지나 영흥도와 육지를 잇는 영흥대교를 건너면 150m 높이로 솟은 굴뚝 3개가 눈에 들어온다. 연일 전력 수급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8일 찾은 인천 영흥화력발전소는 수도권 전력의 20% 공급 책임을 다하기 위해 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전기까지 아끼며 쉬지 않고 발전기를 돌리고 있었다.
‘797㎿-800㎿-881㎿-880㎿’
중앙제어실에 들어서자, 영흥화력 1~4호기의 전력 생산을 나타내는 수치가 먼저 눈에 띄었다. 영흥화력발전소는 시간당 3340㎿(334만㎾)의 전력을 생산한다. 800㎿급의 1·2호기가 2004년 준공됐고, 870만㎿급인 3·4호기는 2009년 준공됐다. 영흥 1~4호기 모두 현재 설비 안전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24시간 ‘풀가동’되고 있다.
공장 안을 비추는 모니터 화면 속에는 발전 연료인 유연탄이 미분기(유연탄을 빻는 설비)로 쉴 새 없이 이동하고 있었다. 1~4호기는 전력을 생산하는 데 시간당 1300t, 하루 3만2000t의 유연탄을 사용한다. 15명의 직원은 각자 자신이 맡은 설비의 상태를 나타내는 모니터를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오후 1시35분께 전력 수급 현황을 보여주는 모니터 화면에 예비전력 467만㎾, 예비율 6.48%가 표시되자, 발전소는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하는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 발전소 건물의 복도 대부분은 소등으로 깜깜했다. 장비들을 보호하기 위한 중앙제어실 외에는 에어컨 사용도 줄였다.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가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이경순 영흥화력본부 발전운영팀장은 “여기서 생산하는 전력의 5% 정도가 발전소를 운영하는 데 쓰는 ‘소내 전력’인데, 이것도 줄여 더 많은 전력을 송전선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영흥화력본부는 소내 전력을 줄이기 위해 오후 2~4시 피크시간대에는 부두에서 하역한 유연탄을 옮기는 ‘석탄하역기’의 가동도 멈춘다. 이 팀장은 “밤이나 아침에 유연탄을 충분히 상탄(발전설비로 이동)하고 석탄하역기의 작동을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여름철에만 전력 수급을 걱정했지만, 최근 2~3년은 겨울에도 전력 수요가 치솟아 발전소가 1년 내내 비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금처럼 전력 수급이 살얼음을 걷는 상황에서 발전소 1기의 고장도 치명적이다. 정석부 영흥화력본부 본부장은 “전력예비율은 계절에 상관없이 불안하고, 갑작스러운 고장이 발생할까봐 모든 직원들이 계속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전력을 최대한 공급하는 데만 모든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은 다행히 불볕더위가 주춤하며 오후 2~3시 예비전력이 420만㎾를 기록하며 한숨을 돌렸다.
영흥화력발전소는 우리나라 에너지 구조의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발전소는 2314만㎡(700만평) 규모의 영흥도 부지 가운데 826만㎡(250만평)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2014년 준공을 목표로 5·6호기(각각 870㎿)를 건설중이다. 5·6호기가 준공되면 수도권 소비 전력의 50%를 공급할 수 있다. 2006년 3만3000㎡(1만평) 터에 1㎿급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했고, 3㎿의 해양 소수력발전(화력발전소 냉각수로 사용된 바닷물을 이용한 소규모 발전)도 운영중이다. 지난해 7월 국산 풍력 상용화단지를 만들어 9기의 풍력발전기도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풍력 발전 효율은 10~15% 정도에 그친다. 반면 남동발전의 영흥화력 7·8호기 추가 건설 계획은 인천시와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있는 상태다.
영흥(인천)/글·사진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박근혜 “아르바이트 시급 5천원 안돼요?”
■ ‘붕대 의상·수영복 공약…’ 올림픽 아나운서 선정성 논란
■ 어느 재벌회장님의 민망한 ‘땅 한평’ 소송
■ 대치동 14층 아파트 “배달원은 승강기 타지마”
■ 현영희, 이정현·현경대 차명후원까지…친박전체로 불똥
■ “삼성전자 중국 하청공장 ‘아동노동’ 만연”
■ [화보] ‘자매는 예뻤다’ 싱크로 듀엣 박현하-박현선
■ 박근혜 “아르바이트 시급 5천원 안돼요?”
■ ‘붕대 의상·수영복 공약…’ 올림픽 아나운서 선정성 논란
■ 어느 재벌회장님의 민망한 ‘땅 한평’ 소송
■ 대치동 14층 아파트 “배달원은 승강기 타지마”
■ 현영희, 이정현·현경대 차명후원까지…친박전체로 불똥
■ “삼성전자 중국 하청공장 ‘아동노동’ 만연”
■ [화보] ‘자매는 예뻤다’ 싱크로 듀엣 박현하-박현선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