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아이폰 충격’ 심정 토로
신종균 모바일부문 사장 발언
애플, 미 특허재판에서 공개
신종균 모바일부문 사장 발언
애플, 미 특허재판에서 공개
“아이폰 같은 것을 만들자. 우리는 그동안 노키아만 주목하느라 폴더, 바, 슬라이드 같은 형태의 휴대전화를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 예상치 못한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과 비교하니 유엑스(UX·사용자 경험 디자인)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아이폰 충격’과 마주한 삼성전자의 속내는 이랬다. 2010년 2월 신종균 당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임직원 간담회에서 반성과 독려에 나섰다. 첫번째 갤럭시 시리즈인 갤럭시에스(S)를 발표하기 한 달 전이었다. 이날 간담회 내용이 담긴 전자우편이 지난 6일(현지시각)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본안 심리가 벌어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법원 재판정에서 공개됐다.
신 사장은 “나는 우리 제품의 하드웨어, 외형 디자인, 품질에는 자신있다. 그러나 유엑스, 사용의 편리성에 대해서는 자신없다. 외부 유력인사들은 아이폰을 접하고 ‘삼성이 졸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이 디자인의 위기를 맞았다”고 직원들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또 “2007년에 나온 아이폰과 지금의 우리 옴니아를 비교했을 때 진정 옴니아가 좋다고 할 수 있느냐. 삼성의 옴니아가 얼마나 불편한지 아느냐”고 질책하고, “6살부터 노인까지 쓰는 스마트폰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전자우편은 애플 쪽이 ‘삼성의 애플 디자인 모방 증거’ 자료로 법원에 제출해 공개됐다. “아이폰 같은 것을 만들자”라는 부분을 지목한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쪽은 직원들에게 위기 의식을 불어넣으며 질책하고 독려하려는 화법이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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