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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재벌 순환출자 규제땐 외국자본 먹잇감 주장은 억지”

등록 2012-08-13 18:58

총수일가 지분 팔아도 경영권 실질적 위협 안되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적대적 M&A 안전판 구실
“외국인 지분 많지만 수천명이 한목소리도 불가능”
경제민주화 주장 전문가 시각

“삼성이 애플의 먹잇감이 될 수도….”

여야 정치권이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재벌의 순환출자 규제 법안을 제출한 뒤 재벌과 보수 경제학자·언론들이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론을 연이어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순환출자 규제로 인한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이 희박해,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보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난 9일 국회 앞에서 1위 시위를 하며 “순환출자 금지로 삼성전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보수언론들은 “대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에 무방비로 노출돼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애플과 도요타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선정적으로 보도했다.

현재 순환출자 고리가 있는 재벌은 삼성, 현대차 등 15개로, 순환출자 해소에 필요한 최소금액은 6월 말 현재 9조6634억원로 추정된다. 하지만 총수일가의 지분이 충분해 경영권 위협이 안 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실제 순환출자 해소 부담이 있는 그룹은 현대차·삼성·현대중공업 3개뿐이고 금액은 8조3000억원 정도다.

현대차, 삼성 등도 순환출자 규제로 경영권에 실질적 위협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대차의 순환출자 고리 중에서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기아차와 현대제철이 갖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16.9%와 5.7%다. 두 회사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모비스 지분을 팔면 정몽구 회장의 지분 7%만 남게돼, 경영권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하지만 외부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안전판 구실을 할 수 있는 국민연금(6%)과,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얼라이언스 번스타인(7.1%) 등 기관투자자 지분이 13.1%에 달한다.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 중에서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삼성에스디아이(SDI)가 갖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 7.2% 정도다. 이 지분을 매각하면 이건희 회장 일가와 다른 계열사가 갖고 있는 물산 지분이 6.5%에 불과해, 경영권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지분이 9.7%에 달해 역시 안전판 구실을 할 수 있다. 또 물산의 순환출자 지분 7.2%의 가치는 7656억원에 불과해, 2008년 삼성비자금 사건 때 드러난 이건희 회장의 차명주식(약 4조원 추정) 중 일부를 팔아 매입하는 방법도 있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채이배 연구위원은 “순환출자 규제에 영향을 받을 재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 마저도 경영권 위협 주장은 상당 부분 과장”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 자체에 회의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경영성과가 매우 좋은데다 규모가 크고 인적자산이 주요 자산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적대적 인수합병을를 통해 이익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주주 지분이 50%에 달하지만 국적과 이해관계가 다른 수천명의 외국인 주주가 마치 하나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주요 외국인 주주들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불사하는 구조조정펀드가 아니라 자본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펀드인 점도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순환출자 규제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 위험론은 지난 2005년 참여정부가 재벌 소속 금융사의 의결권 제한을 강화할 때 제기됐던 삼성전자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론과 닮은꼴이다. 당시 공정위가 재벌 소속 금융보험사가 갖고 있는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범위를 30%에서 15%로 축소하는 법개정을 추진하자, 삼성생명·화재·물산 등 3개사는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반년 만에 자진 취하했다. 또 2008년 제도 시행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삼성전자 등 재벌에 대한 외국자본의 경영권 위협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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