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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 업체 소송에 발목잡힌 ‘꿈의 섬유’

등록 2012-08-19 20:09수정 2012-08-19 21:21

지난 17일 코오롱인더스트리 경북 구미공장에서 한 직원이 아라미드 섬유 ‘헤라크론’의 원사를 검사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지난 17일 코오롱인더스트리 경북 구미공장에서 한 직원이 아라미드 섬유 ‘헤라크론’의 원사를 검사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일반실 10배 값 황금실 헤라크론
코오롱 개발해 생산확대 검토중
미 듀폰사와 소송 휘말려 어려움
뜨거운 햇볕 아래 섭씨 33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7일,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1단지)에 있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아라미드 생산 공장 안에 들어서자 뜨거운 열기가 확 뿜어져 나왔다. 실을 뽑아내는 방사기계가 고속회전하며 토해내는 소음도 가득했다. 1.6㎜의 굵기의 실 한가닥으로 성인 5명에 해당하는 350㎏의 무게를 들어올릴 수 있는 아라미드 섬유 ‘헤라크론’의 생산 작업이 한창이었다.

헤라크론은 코오롱이 지난 1979년부터 2000억원을 들여 개발해 2005년 국내 최초, 세계에서 세번째로 생산한 아라미드 섬유다. 아라미드 섬유는 강철의 강도보다 5배 강하고, 잘 늘어나지 않는데다 불에 타지 않아 ‘꿈의 섬유’로 불리는 소재로, 광케이블과 타이어 등 산업 소재나 방탄복과 방탄헬멧 등 군수물자에 쓰이고 있다. 현재 세계 시장 규모는 연간 1조7000억원(6만t) 정도로, 미국의 듀폰(47%)과 일본(44%)의 데이진이 90% 가량을 점유하는 가운데 코오롱이 후발주자로 10%(5000t)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박종태 코오롱인더스트리 헤라크론 생산센터장은 상자로 포장된 헤라크론을 가리키며 “400㎏ 한 상자가 일반 실의 10배 가격인 1000만원”이라며 “황금실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아라미드 섬유는 석유에서 정제된 화학물질을 빵가루처럼 생긴 연두빛의 형광색 ‘폴리머(중합체)’로 만들고, 이를 녹여 죽 상태로 만든 뒤, 구멍이 난 노즐에 통과시켜 필라멘트(실)로 뽑아내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1500개 설비를 거치는 복잡한 과정인데, 원료를 다루는 기술력이 필요하기에 세부 공정은 절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이해운 공장장은 “생산 공장에는 사전에 허가된 직원들만 출입할 수 있게 하는 등 엄격한 보안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코오롱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공장의 생산 능력을 두 배 이상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미국 듀폰사와 소송에 얽혀 장벽에 부딪힌 상태다.

듀폰은 지난 2009년 2월 코오롱이 퇴사한 듀폰 직원들을 고용해 영업비밀을 빼냈다며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했고, 미 법원은 지난해 11월 코오롱에게 9억2025만달러(약 1조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매출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미 공개된 자료여서 영업비밀이 아니라는 코오롱 쪽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코오롱이 듀폰을 상대로 제기한 미국 시장 반독점 소송은 기각당했다. 코오롱은 즉시 항소를 제기하는 등 법적대응을 진행하고 있지만 유리하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해운 공장장은 “30여년 기술개발해 시장에 진입했지만 후발주자의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 문제가 빨리 해결돼 그동안의 고생이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미/이승준 기자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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