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유럽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우리나라의 대외 금융안정성도 갈수록 약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역을 통한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도 외환 자산과 부채를 반영한 대차대조표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 잠정치를 보면, 6월 말 현재 대외채무(외채) 잔액은 4186억달러로 3월 말에 견줘 61억달러 증가했다. 대외채무는 전기대비로 3분기 연속, 전년동기 대비로는 2009년 1분기 이후 11분기째 증가세다. 반면에 6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채권 잔액은 5067억달러로 3월 말보다 24억달러 줄었다. 대외채권의 감소는 지난 2010년 4분기의 약 7000만달러이후 1년반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이 큰 폭으로 줄었다. 6월 말 현재 순대외채권 잔액은 3월 말보다 84억달러나 감소한 881억달러를 기록했다. 순대외채권은 유럽 부채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해 9월부터 줄곧 감소세다. 지난해 4분기 2억달러, 올해 1분기 15억달러씩 줄은 데 이어 2분기에는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다.
게다가 외채가 단기외채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만기구조까지 나빠졌다.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외채는 2분기 중에 56억달러나 증가했다. 장기외채는 5억달러 증가에 그쳤다. 이로써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으로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를 얼마나 갚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기외채비율은 45.3%로 3월 말보다 2.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말(46.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총대외채무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33.8%로 3월 말보다 0.9%포인트 높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주로 외국계 은행 지점들이 5~6월에 국내 운용자산을 크게 늘리며 단기차입금을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최근 들어 이를 다시 거둬들이는 추세인만큼 7월 이후에는 외채 만기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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