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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나 공사중이었다. 지난 7월 찾아간 중국 서부 내륙의 두 거대도시 청두와 충칭에선 어디서나 빌딩과 고속도로 건설 현장을 볼 수 있었다. 21세기 들어 중국 정부가 시작한 ‘서부 대개발’로 높은 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데도 여전히 건설은 진행중이었다. 연안 도시를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이들 지역에는 휴대전화, 노트북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창안자동차 등 중국의 거대 자동차회사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곳에서 우리 기업들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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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우한에 법인 첫 설립
지난해 매출액 1370억원 기록
14년 전보다 4배 넘게 급성장
중 고속철 건설에 영업익 정체
2급도시 잇는 노선으로 대응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지 20년가량 되는 국내 대기업의 중국지사장이 한 말이다. 오랜 투자와 기다림 끝에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성공을 거둔 한국 기업으로 첫손에 꼽히는 오리온 역시 1993년 진출했으나, 흑자를 보기 시작한 것은 13년이 지난 2006년부터였다. 오리온은 지난해 중국에서만 매출 7030억원, 영업이익 850억원을 기록했다.
금호고속 역시 오랜 기간 중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1995년 우한을 시작으로 하나둘 현지 법인을 설립해 중국 시장에서 발을 넓혔다. 2007년 이빈에 이빈금호를 설립해, 현재 총 11개 법인을 갖고 있다. 이들의 성적표는 양호하다. 지난해 매출 7억6700만위안(약 1370억원), 영업이익 1억2200만위안(약 217억원)으로, 15.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1997년(1억7500만위안)에 견줘 매출이 4배 넘게 성장했다.
지난 7월10일 청두에서 만난 성도성금의 박영기(47) 총경리는 성공 비결로 선점 효과를 꼽았다. 그는 “90년대에 들어온 외국 운수기업은 스페인 회사인 알사와 금호고속이 전부”라며 “먼저 시장에 진출해 현지 기업과 경쟁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현지기업과 남다른 서비스도 큰 도움이 됐다. 박 총경리는 “시장 진입 초기 정장을 차려입은 운전기사와, 손님이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약속된 시간에 버스가 출발한 것이 중국 승객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며 “금호고속을 타면 친절한 운전기사와 함께 제시간에 출발한다는 인식을 심어줘 승객들의 마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각별한 중국 사랑도 한몫했다.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지금은 계열분리를 앞두고 있는 금호석유화학까지 중국에 진출해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내왔다. 또 한중우호협회에서 고 박성용 회장이 1992년 협회장을 맡은 데 이어 2005년부터는 박삼구 회장이 맡으면서 민간교류에도 열심이다. 박 총경리는 “금호고속이 금호타이어를 끼고 중국 대륙을 누비면서 광고 효과는 물론이고, 금호고속이 진출한 곳에 금호타이어 지점이 개설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냈다”며 “한중우호협회 역시 한국어 말하기 대회 등 민간외교에서 큰 역할을 해 회사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금호고속은 고급화된 서비스와 선점 효과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때마침 중국 운송시장이 경제 성장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많은 노동자들이 도시로 이동하면서 명절이면 고향을 찾는 승객이 금호고속을 이용한다.
하지만 걱정거리는 있다. 여전히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이지만, 2008년 7억위안을 넘어선 뒤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중국이 성과 성을 잇는 고속철을 건설하면서 승객들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고속 해외사업팀 배흥환 차장은 “2007년부터 고속철이 등장하면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어려움으로 중국내 렌터카 사업도 에스케이(SK)네트웍스에 매각했다.
그럼에도 금호고속은 희망을 얘기한다. 중국 내부에서는 고속철보다 뛰어난 접근성에다 대도시보다는 2급 도시를 잇는 알짜 노선을 확충할 계획이다. 국제적으로는 중국과 베트남, 라오스, 인도 등을 잇는 아시아 운송네트워크 구축을 꾀하고 있다. 이미 베트남에는 2개의 금호고속 소속 법인이 설립돼 중국과 베트남을 달리고 있다. 박영기 총경리는 “경제성장이 이뤄지면서 여행 수요가 늘고 있고, 도심 외곽에 위치한 철도역에 비해 접근성이 뛰어난 버스 터미널을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향후에는 중국을 비롯해 인도까지 잇는 아시아 운송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고속은 2016년 8억2600만위안(약 1467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호고속은 1946년 택시 2대로 출발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기업이다. 짭짤한 현금 수입을 바탕으로 그룹 전체를 먹여 살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그룹 사정이 어려워 금호산업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등과 함께 사모펀드에 팔린 상황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을 매각했지만 여전히 경영권을 위임받아 기존처럼 운영하고 있다”며 “향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어 금호고속을 재인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두/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