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278명 분석… “정책 왜곡 우려”
기업의 위법행위를 감시 감독하는 검찰 등 사정기구와 금융감독기관 출신 인사들이 삼성그룹이 영입한 관료 인맥 101명 가운데 절대 다수인 8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가 3일 발표한 ‘삼성의 인적 네트워크 분석’ 보고서를 보면, 검찰과 국세청·재정경제부·금융감독원 등을 망라해 삼성의 인맥관리가 대단히 치밀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참여연대는 △삼성에 취업한 고위공직자와 법조 및 언론인 △사외이사 △재단이사 △삼성출신 고위 공직자 등 각 분야별로 삼성의 인적 네트워크 명단 278명(복수경력 포함 335명)을 확보해, 이들의 출신과 경력·직책·업무 연관성 등을 분석했다. 이들을 경력별로 보면, 관료 출신이 101명으로 가장 많았고, 학계 87명, 법조계 59명, 언론계 27명, 경제계 22명, 정치계 13명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는 “삼성이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차원을 넘어서 그것을 아예 장악하려 하고 있고, ‘삼성공화국’의 힘은 이런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발현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삼성의 인맥 구도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삼성을 감시하고 감독해야 할 검찰·재정경제부·금융감독기구 출신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이들은 삼성 구조조정본부와 주요 계열사에 사외이사로 참여하거나 직접 취업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삼성의 관료 인맥 101명을 부처별로 보면, 금융감독기구(18명), 국세청(12명), 공정거래위원회(7명), 감사원(5명) 등 사정기구와 감독기구 출신 공직자 비율이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법조 인력까지 포함한다면 그 비율은 82%에 이른다. 삼성은 또 주요 현안과 관련된 정부 부처 인사들을 집중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를 보면, 삼성이 최근 10년간 임원으로 영입한 고위 공직자는 최소 47명이었는데, 재경부 출신이 14명(3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금융감독기구 9명(19%), 통상산업부 5명(11%), 공정위 4명, 감사원 4명 등의 차례였다. 참여연대는 “삼성이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영입한 것이 아니라 사안에 따라 주도면밀하게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1994년 삼성이 자동차사업 진출을 확정한 뒤 몇 해 동안 통상산업부 공무원들을 잇달아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또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씨의 불법 경영권 세습과 관련해 세금문제가 발생했을 때 국세청 관료들을 대거 영입했고, 최근에는 삼성의 지배구조와 금융법 관련 논란이 일자 금융감독기구 출신 인사들의 영입에 적극 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의 법조 인맥 중에서는 검사 출신이 28명으로 절반에 이른다. 현재 삼성에 속한 검사 출신으로는 이종왕 삼성구조본 법무실장과 서우정 삼성전자 부사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참여연대는 삼성이 영입한 인사들이 △삼성의 이해에 직접·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정책사안에 대한 로비스트 기능 △불법행위 혐의와 관련된 법률적 위험에 대한 방패막이 구실 △위기경영론 등 삼성의 이해관계와 가치를 사회 전체의 모델로 포장하고 대변하는 역할 등 세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공직자 영입은 우수인재 채용의 일환으로, 이들의 전직을 법 위반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 관계자는 “관료 및 법조 출신 영입인사는 무한경쟁 시대에 생존과 국제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해마다 1천여명씩 채용하는 우수 인재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관료 출신들은 준법 교육 등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해주고, 법조 출신들은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해주는 장점이 있다”며 “이처럼 다양한 우수인재들이 모여 오늘날 글로벌 기업 삼성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특히 판·검사 출신 영입 논란과 관련해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비교할 때 삼성의 변호사 수는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승인을 받고 입사한 사람들로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삼성의 영입 대상이 기업의 부가가치 생산과 직접 관련이 없는 감독기구 출신 인물에 집중된 것은 사업 수행에서 유발될 수 있는 각종 법률적 위험 요소를 관리하고 재벌 금융정책을 포함한 경영환경 전반을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려는 목적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홍대선 구본준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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