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구나 l 원전 취성화 천이온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원자로 압력용기의 가압열충격 허용기준 온도를 완화하는 행정예고를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노후 원전인 고리1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조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원자로 안에는 핵분열을 일으키는 원료 물질인 우라늄 연료봉이 들어 있습니다. 우라늄에 중성자를 총알처럼 쏘면 원자가 깨지면서(핵분열) 엄청난 열을 냅니다. 이 열로 데워진 물이 증기가 되어 터빈을 돌리고, 이 운동에너지가 발전기를 통해 전기로 바뀌는 것입니다. 석유·석탄을 태워 열을 얻는 대신 우라늄 원자를 깨뜨린다는 점만 다를 뿐, 전기 생산 구조 자체는 원전과 화력발전소 사이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중성자와 우라늄의 역할입니다. 우라늄은 방사성 물질로 끊임없이 알파·베타·감마선 등 방사선을 내뿜습니다. 중성자는 우라늄을 깨뜨리는 역할을 하지만, 주변 물질의 분자구조에도 변형을 일으키곤 합니다.
원자로 압력용기는 두꺼운 강철판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강철판이 오랜 시간 중성자에 노출되다 보면, 유리처럼 깨져버리는 성질인 ‘취성’을 가지게 됩니다. ‘유리상자’가 원자로를 감싸고 있으면 불안할 겁니다. 원자력 감시 기구가 ‘취성화 천이온도’를 점검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뜨겁던 원자로가 몇도 밑으로 식었을 때 강철판의 ‘취성’이 드러나는지 점검하는 것이지요. 중성자를 오래 쐬면, 강철이 점점 유리처럼 변해갑니다. 노후 원전의 ‘취성화 천이온도’가 올라가게 마련인 이유입니다.
자, 그럼 한국의 대표적 노후원전, 고리1호기의 경우를 살펴볼까요? 새누리당의 임해규 의원실과 환경운동연합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고리1호기의 ‘취성화 천이온도’는 가동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섭씨 82.8도로 올라갔습니다. 가동 전에 측정했을 때는 섭씨 영하 23도였는데 1년새 급격히 올라간 셈이죠. 고온으로 가동되던 원자로에 문제가 생겨서 갑자기 냉각수를 퍼부었을 때, 섭씨 영하 23도까지 버틸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1년 만에 섭씨 82도까지 올라갔습니다. 또 1999년 마지막 측정에서는 이 온도가 섭씨 107.2도까지 올랐습니다.
이제 가압열충격 허용기준에 대한 이야깁니다. 가압열충격 기준은 취성화 천이온도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고온·고압인 원자로가 갑자기 냉각되면, 어느 단계에서 유리처럼 변한(취성화) 강철 압력용기가 깨져버리는지를 측정한 값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원안위의 안전 기준은 섭씨 149도였습니다. 원안위는 이 기준을 155.6도로 완화하겠다고 행정예고했습니다.
각 원자로의 가압열충격 기준 측정값을 보면, 우리나라의 모든 원자로는 섭씨 -30도~60도 사이의 가압열충격 측정값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고리1호기만 1990년대 140도를 넘어섰고, 2005년 6월 1차 조사에서는 152.1도의 측정값을 보였습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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